(feat. 시골쥐)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다. 동네에 건강한 빵집이 있는 덕에 나의 아침은 빵식. 딱히 빵돌이는 아니지만, 이 동네 빵집은 조금 특별하다. 이곳의 대표 빵은 시골빵이다. 디저트가 아닌 밥으로 먹는 빵. 밀가루, 물, 효모, 해바라기 씨앗 외 다른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제빵 업계에서 백밀을 쓰는 이유는 보관이 쉽고, 맛을 똑같이 만들어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통밀을 깎아 하얗게 만들면 보관 기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그만큼 탄수화물 외의 영양이 없기 때문. 백미처럼 지방과 미량의 미네랄 등이 깎여나간다. 통밀 빵은 복합 비타민제 이상의 영양을 갖고 있다고 난 믿는다.
통밀 빵이라고 다 같은 통밀 빵인가 하면 애석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통밀이 가진 다양한 영양을 사실 우리는 모두 소화할 수 없다. 복잡한 분자를 분해해주고 성분을 변환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같은 탄수화물인데, 전분과 당분 중에 누가 더 빨리 변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각종 영양을 우리 장내에서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효모(이스트)는 빵의 전분을 당분으로 변환시킨다(사실은 효모가 전분을 먹고 있는 것이다). 자연 효모는 공장에서 나온 효모와 다르게 통밀의 다양한 영양을 먹을 수(발효) 있다. 발효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소화기관에는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 그 영양은 결국 맛으로 느껴진다. 인간의 혀도 진화과정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에 반응하도록 적응해왔으니까. 조미료가 문제인 것은 조미료 자체의 유해성보다는 이런 다양한 영양 섭취에 혼란을 주는 것 때문이다.
이곳 제빵사가 밀로만 빵을 고집하는 이유도 빵에 조미료는 필요 없다는 진검승부랄까.
아무튼 좋은 빵집 덕에 건강한 빵을 간단히 먹는다. 빵집의 이름은 [#풀무학교 생협]
애석하게도 지난 일주일간 이 빵집의 제빵사가 여름휴가를 갔다. 소식이 늦은 탓에 빵 사재기를 못했다. 덕분에 나는 심심한 빵들로 아침을 해결해야 했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그 빵의 소중함을 생각했다.
그리고 월요일. 다행히(?) 그가 빵집으로 돌아왔다. 빵은 아마 천국에서 오는 것일지 모른다. 갓 구운 빵은 어찌 이리 맛있는가. 그 빵을 받아 들고 돌아온 집. 이제 빵을 먹을 수 있다. 내 일상은 회복된 것이다. 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기지개를 켜며 부엌으로 갔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며 프라이팬을 올렸다. 빵을 집으려고 돌아본 식탁 위... 식탁 위에 두었던 빵이 사라졌다. 갑 티슈만 한 빵이 감쪽 같이 없어졌다.
쥐다. 시골빵을 두었던 우리 집은 시골집. 시골집에는 시골쥐가 살기 마련. 겨울만 집으로 들어오던 쥐가 여름인데도 다시 나타난 것이다. 요 며칠 새, '후렌치 파이-샤인 머스켓 맛'도 가져가고, 토마토도 파먹더니 이제 빵까지 손댄 것이다.
"아이 쥐새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