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은 꽤나 적중한다)
우리 집은 오랫동안 쥐가 나왔다. 허나 2년 전 대혁명을 통해 온 집안의 쥐구멍을 막아두었다. 그리고 집 밖 다른 곳에서 출연했으나, 그 정도는 눈감기로 했다. 집안에서는 지금껏(꽤 긴 기간) 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그 기록이 깨진 것이다. 사실 서생원이 부엌을 출입하고 있다는 흔적은 며칠 전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애써 부인했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한 증언 앞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쥐에게는 500원 동전만 한 구멍이면 충분히 하이패스다. 의심되는 곳을 들춰본다. 구멍을 찾을 수 없다. 낭패다. 당분간은 부엌에서의 보안(?)을 포기한다. 새로운 빵을 첫 번째 방(옷 방)으로 피신시킨다. 첫 번째 방... 그곳은 2년 전 서-인 전쟁의 마지막 격전지였다.
그 치열했던 전투를 남겨본다. 사실 겨울은 흙으로 지어진 어느 시골집이라도 쥐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샌님인 나는 쥐를 적당히 우습게 보았다. 그래서 서생원과 나는 적당한 긴장과 구역을 나누고 있다고 믿었다. 공존하며 살 수 있다고. 서생원이 샌님을 알아본 것이다.
어느 날은 쥐가 다니는 방의 어느 구석 길목에다 설치한 쥐 끈끈이. 어떤 저주보다 더 끈끈한 접착제가 발라진 이 덫. 서생원은 보란 듯이 쥐구멍 앞에 끌어다 놓았다. 이 대범함에 샌님은 좋다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SNS에 개그 소재로나 쓸 것 같았던 우리 사이가 점점 가까워짐을 나는 느낀 것이다.
옷방에는 옷만이 있었야 했다. 옷장 한편 낭자한 똥오줌과 채 썰어 먹은 옷가지를 본 것이다. 쥐 오줌 특유의 냄새를 맡았을 때는 모든 일이 벌어진 뒤였다. 쥐들이 이곳에 똬리를 틀고 살고 있었다. 청소를 하는 동안, 구역질이 나고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봄이 되었다. 따듯한 계절이 되면 쥐들은 제 살 길 찾아 집 밖으로 떠났습니다.
그래 안녕. 내 인생에 쥐는 없는 거야.. 싶었다. 이불에 누워 잠을 자려는데 벽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사각사각.."(침이 꼴깍)
구멍 뚫는 소리를 들으며, 숟가락으로 열심히 구멍 파는 빠삐용을 생각해보았다. 서생원들도 그런 마음일까요. 다음날, 서둘러 쥐구멍만 막으려 했습니다. 내가 상상한 쥐구멍은 '구멍'인데 벽지 뒤에 있는 것은 틈이었다. 벽지를 뜯어낸 곳, 벽이라 부르는 그곳의 상황은 대단했다. 흙벽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이 단단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간헐적 만남을 하고 있었다. 혹은 졸혼이랄까. 틈 그 자체였다. 나무기둥은 썩고 구멍이 나서 이제 오히려 벽에 의존하고 있구나.
샌님의 눈에선 쥐똥같은 눈물이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