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교훈을 얻었다.
귀농 8년차, 작은 집은 짓고 살기로 했습니다. 첫 열흘은 친구들과 함께 지었고, 이후 열 달을 혼자 짓고 있습니다. 5평 집을 짓기 위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적는 탓에 두서도 없고, 정리되지 않은 글이에요. 순서도 섞여있답니다. 이해해주세요^^
드디어 집에 물이 나온다.
물탱크를 설치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제 설거지는 물론이고 샤워가 가능하다. 이제 남은 일은 마감이다(원고 마감 아님). 내가 이해한 바로는 건축에서 마감은 옷을 입히는 일이다. 몸에 숨기고 싶은 흉터나 은밀한 부분들을 가리면 되는 것이다. 안 해도 사는 데는 문제없는, 잘하면 좋은 일이 남았다. 잘하면 좋은 일. 안 해도 되는 일. 그건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된다는 말. 여기까지 오는데 반년이 걸렸다... (잠시 울고 오겠습니다) 다행히 추위가 오기 전 마무리했다. 물론 욕실 문이 아직 없는 문제라거나, 다락에 조명이 없다거나 하는 부분도 마감의 영역으로 모두 남겨두었으니, 집 짓기는 끝나지 않았다.
무작정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해본 적 없는 일은 뭐든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집짓기 학교를 다녀왔다고 했지만, 그건 모든 게 준비된, 제대로 짜인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뿐이다. 막상 집 짓기를 시작하고 나니, 새끼를 먹이느라 쉴 새 없는 어미 새처럼 목놓아 삐약거리는 일들을 처리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3월에 시작해야만 했다. '작은집'을 짓기로 한 이상, 3월에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핵심 멤버인 캡틴 H가 출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캡틴 H는 나보다 4살이 많은 동네 형이자, 지역의 토박이 농부이며, 내게 '작은집'이라는 복음을 전한 자다. 자유시간이 생기면 책이나 뒤적거리는 나와 달리, 그는 혼자서도 무언가를 만드는 취미를 지녔다. 많은 '손' 경험에서 나오는 실행력이 있다고 할까. 캡틴 H는 용으로 따지면 꼬리이고, 닭으로 치면 머리 같은 사람이다. 닭머리 같은 그의 수준이 우리 팀에겐 아주 제격이었다. 하지만 2주간의 공동작업을 끝으로 그의 넷째 아이가 태어났고, 농번기도 시작되었다.
조금 더 준비를 했더라면 달랐을까?
조금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비용이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그만큼의 과정을 밟은 게 아닐까. 옥션으로 인터넷 주문이나 해보았지 건축재 주문은 처음이다. 나름 여유를 둔다고 5일 전에 자재를 발주했는데... 없는 품목이 있단다. 방역문제로 수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는 재고가 없을 거라는 그라스울을 겨우 찾아내 급히 화물로 배송받았다. '첫' 자재비는 400만 원 정도. (이 정도쯤이야 싶었는데, 지출은 이제 시작이었다. 구멍 난 바가지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건축계에 코로나 여파가 시작되던 때다. 목재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물품의 덩치가 크다 보니 웬만하면 화물차로 받는다. 그러다 보니 배송비도 가랑비보다 더 눈물을 적시게 했다.
그러니까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고, 발주는 한 곳에서, 한 번에 담자.
오늘은 훈화 말씀으로 뻔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