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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바퀴가 달렸네

굳이 밝히는 집의 비밀

by 호호동호
귀농 8년차, 작은 집은 짓고 살기로 했습니다. 첫 열흘은 친구들과 함께 지었고, 이후 열 달을 혼자 짓고 있습니다. 5평 집을 짓기 위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적는 탓에 두서도 없고, 정리되지 않은 글이에요. 순서도 섞여있답니다. 이해해주세요^^


3월 9일. 본격 집 짓기가 시작되었다. 2주간 휴가를 내어 비를 막을 정도를 만들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주경야독이다. 밤에는 유튜브를 보고 낮에는 드릴질(나무에 나사를 박는 것)을 한다. 건축학교를 다녀왔다고는 하나, 당연히 그것으론 부족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대로라면 곧 완성되어야 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학교에서와 다른 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보고 듣는 것도 기본이 되어있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았다. 내 것 없이 응용도 없었다. 매일 새로운 실전이 펼쳐졌다. 그때그때 필요한 과정을 공부하니 속도는 붙지 않았다. 11월 23일 현재! 무려 8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잠을 잘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얼마나 감지덕지인가! (엉엉) 헌 집에는 쥐 출몰이 극심해지고 있는 탓에, 추위가 다가오고 있는 탓에 긴급히 새집으로 이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물이 나오지 않는 탓에 두 집 살림을 한다. 밥은 헌 집에서 먹고, 잠은 새집에서 자고 있다. 말하자면 캠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건충 중'인 이 집의 크기는 가로 3미터, 세로 6미터, 넓이 18제곱미터(5.5평). 보통 집의 방 한 칸 넓이가 이 집의 넓이다. 크기로는 농막의 크기 20제곱미터(6평)다. 하지만 집 밑에 바퀴가 달려있으니 법적으로는 건축물이 아니다. 바퀴 달린 집. 그러니까 영화 <미나리>에 나오는 트레일러 하우스 같은 형태다.

건물이 아니라서...

화재 보험에 가입한다거나 대출을 받는다거나 법의 보호를 받긴 어렵다. 그럼에도 건물 아닌 집을 짓고 있는 이유는 작은집이 몇 가지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겐 매우 매력적인 장점이었다. (정식) 건축물을 지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기 위한 기준들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진에 대비한 설계, 단열 성능 등 건물이라면 당연히 꼭 받아야 할 안전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주택 조차 도로에 인접해야 한다는 조건은 이해가 어렵다. 도로가 없는 땅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니.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구하기 어려운(=비싼) 땅을 더 찾기 힘들게 만든다. 농막으로 제한되는 20제곱미터(6평). 농막 넓이 이하로 산다면 비싼 값을 치르지 않아도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작은집이라고 건축비가 싸지 않다. 땅값을 절약할 수 있다. 어느덧 나도 농촌에 산지 8년, 지켜본 바로는 농촌엔 집 지을 땅이 없는 것이지, 빈 땅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도시에는 빈 땅도 없다)


농촌스러운 방식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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