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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은 너무 작지 않니

덤벼라 나 자신아.

by 호호동호
귀농 8년차, 작은 집은 짓고 살기로 했습니다. 첫 열흘은 친구들과 함께 지었고, 이후 열 달을 혼자 짓고 있습니다. 5평 집을 짓기 위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적는 탓에 두서도 없고, 정리되지 않은 글이에요. 순서도 섞여있답니다. 이해해주세요^^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지주로 분장한 악마가 나온다. 악마는 사람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그 크기가 얼마이던지 하루 해가 떠서 저물 때까지 걸은 만큼의 땅을 주겠다고 말이다. 세월이 흘러 21세기가 되었다. 악마도 세상 물정 모르는 바가 아니라 가격을 많이 올렸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땅을 주진 않는다. 세상 약골인 나는 악마보다는 나 자신을 이기기로 결심했다. 옆으로 세 걸음 앞으로 여섯 걸음. 20제곱미터, 내가 지은 집의 크기다. 그러니까 작은집은 나 자신과의 대결인 것이다. 오늘 나는 세상 대차게 여기에 써 외친다. 덤벼라 나야! (슉슉)


너무 작잖아. '작은집이라는 게 있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의 첫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농막은 20제곱미터(6평) 이상이 될 수 없는 제한이 있다. 이 이상으로 지을 수가 없다. 6평이라는 넓이가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으므로, '컨테이너' 크기라고 예를 든다. 으엑, 거기서 어떻게 살아. 컨테이너는 숙소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생활을 하는 집이 될 넓이는 아니었다. 평생 10평 이하의 집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다. (물론 군인 시절 6평 숙소에 지낸 적이 있다. 하지만 숙소에서는 요리 같은 생활을 하지는 않았으므로 빼기로 하자.)


나는 나의 강함을 알았다. 나를 낳아주신 엄마조차 혀를 내두르는 그 그 게으름과 편견과 고집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이기기 위해 나를 탐구하기로 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샌님은 오늘도 공부한다. 곧 약간의 속임수가 가능하다는 걸 배웠다. '넓이'는 물리적인 요소이면서 심리적인 요인이 이었다.


물리적이라는 것은 생활에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을 분리하는 것. 될 수 있으면 집 바깥을 활용한다. 모두 내보낸다는 뜻이다. 나도 내보낸다는 마음으로 모두 내보낸다. 생활 패턴을 정리해보았다. 당연하던 것들이 모두 꼭 집안에 있을 필요가 없다. 화장실을 바깥으로 빼기로 했다. 생태 뒷간을 통해 양변기를 집안에서 뺐다. 양변기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이것은 또 다른 이점도 생겼다. 바로 물 사용량을 매우!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한번 내리면 페트병 10개 분량의 물이 폐기된다. 퇴비로 만들어서 바로 앞의 텃밭으로 보낼 수가 있다.


물론 쉬운 선택도 있으면서 어려운 결정도 있다. 밥솥, 세탁기는 어떻게 할까. 일주일에 몇 번 쓰지 않는 물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집을 천천히 짓는 게 이런 이점은 있었다. 고민하면서 자리를 배분할 수 있다.


심리전이라는 것은 바로 뇌를 속이는 것이다. 넓은 창문과 높은 천장을 통해 공간을 넓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개방감을 통해 탁 트인 기분이 든다. 물론 그 때문에 단점도 생긴다. 단열 능력이 떨어진다. 창문을 구성하는 유리는 아무래도 열을 빼앗기기 쉽다. 결정적으로 창문과 벽이 연결되는 부분이 기밀에 약하다. 이 때문에 주로 시선이 가는 집의 전면 외에는 창문을 내지 않았다. 천장이 높아진 만큼 공간의 부피도 커진다. 즉, 집안에 데워야 하는 공기가 많아진다. 뇌는 속였으나, 겨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남았다.


작은집을 과연 지을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다. 어찌어찌 급한불이 꺼졌다(휴~). 이제 남은 관건은 이것이다. 단순한 생활. 작은집 생활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서 나를 속여도, 결국 소박함 없이는 성립되지 않을 것 같다. 톨스토이의 이야기 결말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한 것은 욕망의 대가는 죽음이 아니라 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말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작은집에게 남은 관건이 아니라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아니, 어디까지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앞으로의 숙제다.


오늘의 결론은 자연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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