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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_나무꾼

집이 따뜻하면 겨울도 아름답지(2)화목난로 이야기

by 호호동호

산유국 왕자로 태어났더라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아니 왕자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산유국에 태어났더라면. 지역 신문에 매주 업데이트되는 기름값 동향을 파악할 필요는 없겠지. 운전 중 길가에 서있는 주유소 가격표를 보다가 전방 주시를 부주의할 일도 없겠지. 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순간에도 보일러는 돌아간다. 보일러 켜지는 소리가 들린다. "쿠 웅~." 그래, 너는 너의 일을 열심히 하는구나. 하지만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이 소리가 내 소시민성을 일깨워준다. 돈 나가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소리. 관에서도 일어나게 될 이 북소리.


화목난로를 들이기로 했다.


3년 전, 지금의 작은집이 아니라 시골집에 살 적이었다. 자연스럽게 화목난로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시티 보이로 자란 나는 난로를 경험해보지 않았다. 휴게소의 화레이(등유 난로) 정도. 화목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질 의구심과 고민이 있었다. 난로는 '자기 집'이 있을 때나 쓸 수 있는 문물이라 생각했다. 한번 설치하면 붙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난로를 사용하고 있는 동네 형을 통해 난로가 이동 가능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사를 가면 난로를 떼어가면 된다고 했다. 게다가 적정기술 난로는 효율이 좋으면서도 저렴했다.


화목 난로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고, 이게 우리 집에 맞을지 알 수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이미 작은 부엌의 공간을 난로가 차지할 영역이 꽤 컸기 때문이다. 화재나 연소가스에 대한 안전 우려도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난로를 들였다. 그리고 첫 불을 붙였다. 이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불쏘시개로 넣는 잔가지들이 타고 손가락 굵기의 나무들에 불이 붙는다. '탁탁' 보일러와 다른 소리가 난다. 장작불의 온기가 천천히 부엌을 데웠다. 점점 굵은 장작에 불이 붙는다. 활활 타는 모닥불. 달궈진 난로를 통해 전해지는 열. 나무 난로는 온돌 난방과는 너무도 달랐고, 기름 난로나 가스난로와도 다른 열기를 선사했다. 원초적인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열기였다. 나는 이에 옷을 벗었다. 하나, 둘. (내복까지)


라이터로 불장난이나 쳐보았던 내게, 장작에 불을 붙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참을성과 요령이 중요했다. 1년, 2년, 시간이 갈수록 곧잘 붙이게 되었다. 난로는 불 자체를 집 안에 들여놓는 것이었다. 야생의 에너지였다. 보일러를 외출로 두고 살던 내가 이렇게 따뜻해도 되나 싶은 세계가 열렸다. 덤으로, 난로 위에 뭐든 올릴 수가 있었다. 목욕물은 물은 기본이고, 국도 끓이고, 뱅쇼도 끓여댔다. 고구마도 굽고, 쥐포도 구워 먹었다. 내친김에 대장간에서 도끼도 사다가 장작도 패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시골의 겨울을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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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목난로의 단점도 분명했다. 난로가 데워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효율 난로가 되기 위해서는 보온이 중요하다. 난로 연소실의 일정한 온도 유지를 위해 내열 벽돌을 놓거나 이중 구조로 만든다. 이것이 초기의 난로가 뜨거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한다.) 그런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으면(아침, 저녁에만 집을 이용하는 직장인이면) 장작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또 불이 집 안에 있는 것이므로 공기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기름과 가스의 배기가스보다는 유독성이 덜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조심해야 한다. 배기구를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장작을 미리 구비해서 건조시켜 놓아야 한다. 잘 마른 장작이 난로의 수명과 난방 효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장작 집에서 파는 나무는 그 해 여름에 작업한 (운이 좋으면 전년에 작업한) 장작이다. 나무는 쪼개진 채로 최소 1년은 건조된 것이 좋다. 시골집은 마당 한켠을 이용하면 되니 부담은 없다. 통나무를 구입해서 직접 자르는 고수들도 있다. 통나무는 최소 5톤으로 판매되고, 쪼개진 장작은 루베 단위로 판매된다. 루베는 1세제곱미터를 재는 부피단위다. 통나무와 장작. 판매 단위가 달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저렴하긴 하겠으나, 그냥 장작을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장작을 주문하면 곱게 쌓아주시기까지 한다. 참나무 쪼갬목 1루베가 17만 원선이었고, 내가 썼던 난로는 겨울 한 철 3루베 정도 장작을 썼다. 주변의 장작 가게를 알아두면 배송비를 줄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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