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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은 어떻게 하는데?

서막. 따듯한 집의 시작

by 호호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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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8년차, 작은 집은 짓고 살기로 했습니다. 첫 열흘은 친구들과 함께 지었고, 이후 열 달을 혼자 짓고 있습니다. 5평 집을 짓기 위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적는 탓에 두서도 없고, 정리되지 않은 글이에요. 순서도 섞여있답니다. 이해해주세요^^


11월. 눈뜨고 나니 겨울이다. 완공은 아직인데, 얼음이 얼었다. 미처 물을 비우지 못한 항아리는 물이 얼면서 쪼개져버렸다. 아, 겨울. 아니 땐 발등에 도끼가 떨어졌다(?).


시티 보이가 느끼는 농촌의 겨울은 가혹하다. 산에 들에 넘쳐나던 생명 간데 없이 풍경이 스산하다. 지긋지긋하던 풀베기 작업. 그 대단하던 잡초 군단도 누렇게 사그라들었다. 풍경이 그러하니 바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추위는 삶의 질을 너무 떨어트린다. 흙으로 만들어진 시골집은 정말 춥다. 겨우겨우 밥은 해 먹는데 그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온기를 위해 입어야 하는 잠바와 내복이 몸의 움직임을 너무 제한한다. 이렇게 된 거 활동은 포기하고 이불에 엎드려 책이나 볼까. 겹겹이 옷을 벗고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허나 급격한 체온 변화는 몸을 녹인다. 두꺼운 옷 때문에 종일 버퍼링 걸렸던 피가 힘차게 돈다. 취침 모드가 활성화된다. 펼쳤던 책은 머리말을 넘기기 어렵다. 불을 켠 상태로 잠이 들어 아침을 맞이하길 반복한다.

그래, 이건 아니다. 집에 보일러가 없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시골에서는 보통 기름보일러를 쓴다. 잠시 전기보일러가 보급되던 시절도 있고, 연탄을 고수하는 어르신도 있다. 기름보일러는 등유를 쓴다. 등을 밝히는 데 쓰였다고 해서 등유라고 한단다. 주유소에는 실내유라고 쓰여있다. 등유는 1리터에 700원에서 1,100원 사이를 오간다. 근처 주유소에 전화하면 직접 넣어주러 온다. 자동차 주유와 비슷한데, 넣는 양이 다르다. 등유는 드럼 단위로 주문한다. 1 드럼은 말 그대로 드럼통을 말하며 200리터를 말한다. 가정용 보일러는 2 드럼까지 들어가는 기름통을 쓴다. 2 드럼 가득 채우면 40만 원(20201년 11월 현재, 우리 동네 주유소 기준). 40만 원이라니 한 번에 지출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정도면 겨울준비 끝!... 이면 얼마나 좋을까... 집(구성원 수, 평형)마다 차이는 있으나, 8평 방을 얼지 않을 정도로 사용(안 쓴다는 말이다!) 해도 우리 집은 2 드럼을 쓴다. 이때 '얼지 않을 정도'는 사람이 동사하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고, 보일러가 얼어 터지지 않는 수준을 말한다.


귀농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분들은 기름을 넣으며, 현타를 맞는다.(한 달에 2 드럼씩 넣는다. 그리고 시골의 겨울은 5개월이다.) 옛 시골집은 아파트와 비교하면 체적이 적다. 방 크기가 작은데다, 천장이 낮다. 덥혀야 하는 공기의 양이 적다. 필요 열량이 적지만 난방비가 많이 든다. 이건 시골집은 단열이 안 되는 탓이 크다. 단열은 열을 차단한다는 말이다. 실내열을 외부에 빼앗기지 않거나, 외부열이 실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집, 뽀송뽀송한 집도 단열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조선 사람이 가죽이 더 두꺼운 것이 아닐텐데, 왜 흙집(우리집)에는 단열재가 없는걸까. (100년 전 보다 겨울이 더 추워졌다고는 한다)


어찌저찌 올해는 시골에서의 9번째 겨울이다. 집을 짓기로 했을 때 첫번째 기준은 따뜻한 집이었다. 단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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