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똑딱. 식은땀은 시간과 함께 흐른다.
귀농 8년차, 작은 집은 짓고 살기로 했습니다. 첫 열흘은 친구들과 함께 지었고, 이후 열 달을 혼자 짓고 있습니다. 5평 집을 짓기 위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적는 탓에 두서도 없고, 정리되지 않은 글이에요. 순서도 섞여있답니다. 이해해주세요^^
작은집에서 200여 미터 떨어져 지하수가 있었다. 고라니 S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작년에 설치한 지하수다. 이곳 물을 끌어오기로 했다.
이제 물탱크를 어떻게 설치할지가 중요했다. 땅속에 묻을지, 땅 위에 그대로 노출시킬지 정해야 했다. (혹은 높게 설치해 물펌프 없이 쓴다) 어느 쪽이던 장단점이 있다. 땅속에 묻는다면 탱크에 저장된 물이 겨울에 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땅속은 외부에 비해 온도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거꾸로 여름에는 물 온도가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수온이 높을 때 미생물이나 물이끼가 생기기 쉽다. 하지만 물탱크를 땅에 묻기 위해 구멍을 파야한다. 굴삭기가 필요하다. 또 땅속에 있으면 물탱크 내부 청소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완전 매립을 할 경우 매립형 물탱크를 구해야 한다. 물탱크가 땅의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물탱크를 땅 위에 두면 설치는 쉽다. 하지만 저장된 물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노출된 물탱크는 햇볕과 바람에 그대로 닿기 때문이다. ('오프-그리드'를 하는 외국 사람들의 물탱크를 보면 외부에 그대로 노출을 시켰다. 그 지역의 기후를 잘 모르겠으나, 여름이 고온다습한 우리에게 맞을지 확신이 없었다. 또 이 경우는 햇볕 차단용 껍데기가 있는 물탱크였다. 알아보니 이 물탱크는 가격이 매우 비쌌다.)
땅에 묻는 것이 오랜 기간을 두고 볼 때 이점이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물탱크가 혼자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땅을 파야 한다. 밭에서 쓰던 삽을 가져온다. 1톤 탱크의 크기는 1m 곱하기 1m 곱하기 1m.. 한삽으로 풀 수 있는 흙을 20cm 곱하기 20cm 곱하기 5cm라고 한다면. 전체를 파는데 몇 번의 삽질이 필요한가. 를 걱정하던 차였다.
이때 캡틴 H가 중고 미니 굴삭기를 구매했다!
본인 집 뒤의 배수로를 파기 위해 샀다는데... 우리 사이는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는 비가 오고야 마는 기우제 같은 것일까. 캡틴 H의 미니 굴삭기가 작은집으로 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