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04. 부동산 사장님

예민한 상황일수록 예민하게 사람을 관찰하게 된다.

인생 첫 창업을 준비 중이다.


*창업일기 매거진에 담을까 관찰일지에 담을까 고민하다가, 이번 아티클은 사람 관찰 중심으로 썼다 보니 여기에 업로드하게 되었다.


첫 상가 계약도 앞두고 있다. 내 집 마련도 아직 못 했는데, 첫 부동산 계약이 임대차 상가 계약이라니, 조금 떨린다.


리스크 사전 차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작은 가능성과 세세한 리스크들까지도 정말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하며 준비 중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게 임대차 계약이다. 여기서 삐끗하면 수백, 수천만 원이 날아갈 수도 있다. 임대인 잘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중개사 잘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상가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중개하는 부동산에 신뢰가 가지 않으면 그 상가를 포기할 정도로 부동산의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느 때와 같이 어플로 상가들을 보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있길래 연락했다.


대표는 아니고 직원 같았다.


원하는 조건을 말씀드리니, 정말 적극적으로 매물을 찾아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아직 만나진 않았지만 신뢰가 확 쌓여서 "여기서 소개하는 곳들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 날 약속 잡고 부동산으로 방문했다.


방문했는데 일단 상상했던 인상과는 좀 달랐다.


대표 1명, 직원 2명이 있었는데 부동산에 들어가며 인사드리니 직원 1명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표는 약간 껄렁이면서 대충 인사하더라. 나와 소통했던 직원 1명만 어서 오시라고 맞이해 줬다.


자동적으로 관찰 레이더가 세워지고 본능과 직감적으로 대표를 계속 의식하면서 관찰했다.


왜냐면 임대차의 모든 Key가 대표한테 있기 때문이다.



직원분은 나에게 매물만 소개해주고 임대인과의 소통은 대표가 하기 때문에 대표가 어떻게 행동하고 임차인을 대하는지 관찰했다.


리스크들을 뽑고 함께 매물을 보러 갔다.


두 번째 매물을 보는데, 갑자기 "이 매물은 그 초밥집 사장님 보여줘야지~ 맘에 든다하면 잘 네고해줘야지~"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잉? 지금 매물 보러 온 내 앞에서 굳이 저런 말을 그것도 불필요한 내용을 왜 말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앞에다 대고 장난반 진담반으로 얘기했다.


"아니 사장님!ㅋㅋ 지금 매물 보러 온 사람은 전데, 여기에 관심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지금 제 앞에서 그런 말씀하시는 거예요?"


사장님도 머쓱하니 당황스러운 억지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신뢰도가 확 내려갔다.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나를 떠보는 듯한 말들과 권리금 얘기만 나오면 원래는 진짜 어려운 거라며 생색이란 생색은 엄청 내고, 본인은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장단점을 사실대로 다 말씀드린다고...(신뢰가 있었으면 옳은 말이지만 신뢰 바닥인 상황에서 이런 얘기하니까 더 별로임)


자꾸 신뢰를 깎아먹는 말들만 쏟아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상가도, 나랑 현 임차인의 사이를 자꾸 이간질하는 내용들로 스트레스받게 해서 결국 연락 끊어버렸다.


본인들은 돈 받고 중개 성사하면 수수료 받아가는 리스크가 하나도 없는 사업일 수 있어도, 임차인 입장에서는 몇 천, 몇 억이 왔다 갔다 하는 인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이해해 주는 부동산 만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인 걸까?


첫 상가 계약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


부동산과 임대인, 정말 잘 만나고 싶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서, 이렇게 또 사람 보는 눈이 한 층 길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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