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극복기

by 유연구지

놓아 버리세요.

밤을 헤매어 질퍽이는 푸른 늪을 지나온 끈적이는 영혼의 고통의 메아리를 안고 있다면

놓아 버려야 할 것들을 찾아보아요.


미련 미움 두려움 그리움 욕심 등등등


바닥을 친다고 하던가요.

갈 때까지 가보고 완전히 산산조각 난 끝을 보고서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상처투성이로 곪은 영혼을 부둥켜안고서도

한 번 더, 다시, 그래도,라고 내 가여운 영혼을 채찍질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것은 도전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고 미련이었어요.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끌려다니고 있는 내 가여운 영혼을 보았어요.

무지개를 쫓아 나선 긴 여정의 끝을 보았어요.

대신

옹팡지게 야무진

정제되고 가볍고 맑게 빛나는 조그만 내가 일어나는 아침을 맞아요.


깨어진 허상 안에서 드러난 본질을 보고서야

더 이상 무지개는 쫓아야 할 것이 아니라

내 자리, 내 안의 무지개 빛 맑은 조그만 나를 돌보라는 뜻인 줄

나이 예순이 되어가면서 알았어요.


상대의 허상 안의 본질을 대하는데 수십 년이 걸린 이유는

사랑, 미움으로 범벅이 된

기대와 꿈으로 포장된

미련 때문이었어요.


풍비박산 나고도 다시 그 무지갯빛 허상의 조각을 모아서 붙이고

그것을 바라보고 그 사람이라고 쳐다보고 싶어 했던 내 미련.

내 고통의 시작은 그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본질을 왜곡한

본질을 훼손한

내 프리즘 같은 마음의 욕심, 미련, 허영에서 시작된 것.


지난밤을 헤매지 않고 평화로운 잠의 강을 건너 아침에 눈뜨면서

텅 빈 내 마음의 깃털처럼 가벼움을 보았어요.

다 끝났어요.

산산조각 난 허상의 조각들을 더 이상 줍지 않고 일어나요.

밖은 안개 자욱, 내 안은 맑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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