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요양원

이제는 삶의 과정이라지만 아프다.

by 유연구지

날이 좋아서 슬프다

잘 차려진 아침상이 슬프다

현관 앞 거울에 비친 잘 차려입은 내 모습이 슬프다

말없이 슬프다

솜뭉치 크기의 슬픔이 어깨에 내려앉아

투포환의 무게가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죄를 지으러 간다


이제는 삶의 과정이라지만 아프다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이별의 시간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미리 준비해야겠다.

내 인생의 길, 내 삶의 마무리는 내가 직접 설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겠다.

내 아이들에게 이 무게를 넘기고 싶지 않다.


쪼르르

친구들과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 할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고

인정 담은 프로그램이 있고

친절한 보호사들이 돌보아주어

내 인격이 상품이 되지 않는 곳

손바닥 만한 로비라도

그곳 통창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내 아이들이 쉽게 올 수 있고

내 아이들이 와서 나를 보고도 슬프지 않을 곳

'더 많은 친구들과 가족처럼 살고 있는 우리 엄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곳


나는 그런 곳에서 외롭지 않게 치매생활을 하고 싶다.

그때는 내 정신줄이 없어져서 외로움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덩그러니 몸뚱이 혼자 두고 싶지 않다.

어느 날 치매인 내가 살 집, 그런 곳.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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