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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엄마 일기
By 하유 . Mar 16. 2017

"아가야 미안해, 이게 나의 최선이야"

[삐딱한 엄마 일기 4편] 엄마가 느끼는 '고통 총량의 법칙'

'고통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


진짜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에겐 있다. 예를 들어 아몬드가 콕콕 박힌 맛 좋고 커다란 초콜릿이 하나 있는데, 지금 먹어도 되고 나중에 먹어도 되지만 오늘 안에는 다 먹어야 되는 거다.


아침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너무 맛이 좋아 다 먹어버리면, 저녁때 먹을 것이 없고, 그러자고 아껴두면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하루가 너무 길어지는 거다.


실 생활에 적용해 보자. 아이가 이상하리만큼 잘 잔다. 원래 한 시간을 자도 많이 자는 건데, 두 시간이 넘었는데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이럴 경우, 고민을 하게 된다. "깨워? 말아?" 깨우자니 지금의 행복이 아깝고 더 재우자니 나중에 뻔하게 찾아올 밤이 두렵다.


미디어 노출 또한 적절한 예다. 어떤 매체를 봐도,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은 안 좋다. 어릴 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안 키워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내 기준으로 말이다.


나도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있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시대에 (거창한 합리화) 전혀 보여주지 않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나는 내 마음과 먼저 타협을 시작하며 딱 이거 이거 몇 개만 보여주겠노라고 다짐한다.


아... 뽀통령님과 하나가 되는 그 시간. 나에게는 너무 꿀만 같다. 그래서 한 편이 두 편 되고, 두 편이 세 편 되고, 그 시간에 나는 드러누워 빈둥빈둥 핸드폰만 보는데도, 그렇게나 달콤하다.


휴대폰으로 방문하는 엄마 카페에서는 어찌나 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지. 다른 아이들은 어찌나 잘 먹고 잘자던지. 하하호호 깔깔 인터넷 바다를 서핑하다 보면, 나도 아이도 시간을 훌쩍 보내 버리게 된다.


여기 까진 좋다. 하지만 고통 총량의 법칙은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나의 편안함과 맞바꾼 시간은 나중에 커다란 파도가 되어 덮쳐온다.


시간이 흘러가니, 아이를 방치한 채 휴대폰 서핑만 한 것 같아서 슬쩍 미안해진다. "그래!  엄마랑 놀자!" 휴대폰을 박차고 일어나 아이에게 다가가는데, 아이는 이미 뽀로로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이제 TV를 끄려고 하면  고새 엄마는 잊고 뽀로로를 외치며 난리난리가 난다. 다 나의 업보요. 나의 부족함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TV만 보게 할 순 없잖냐.


울고 불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야 끝나는 실랑이. 이 모든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어김없이 너무 힘들고 지칠땐 TV를 틀어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난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니까 사람들은 결국 마지막엔 죽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거구나.


하지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도, 나는 또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나의 하루는 통째로 아이에게 저당 잡힌 채 내 의지가 아닌 남의 의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 내가 나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없을 때의 그 좌절감이란. 내가 밥 먹고 싶을 때 못 먹고, 내가 자고 싶을 때 자지 못하는 고통은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 엄마도 사람이야.'


아이 먹이는 음식은 뒤에 성분표까지 다 뒤져가며 구입하고, 생전 이름도 모르던 유기농 매장에 회원 가입하는 나. 하지만 길거리에서 어묵도 사 먹이고 붕어빵도 사먹인다.


과자는 우리밀로 만든 건강한 것으로 먹이도록 노력하지만, 시중의 초콜릿과 사탕도 가끔은 먹인다. 아이가 울고 불 때마다 붙잡아 앉혀서 "어 그랬어? 우리 아이 이랬구나.."라며 오은영 선생님에 빙의해서 공감해주고 싶다가도, 정 울음 떼가 길어지면 아이를 앞뒤로 잡고 흔들며 "엄마도 너무 힘들어! 너 나한테 너무한 거 아냐?" 말도 못 알아듣는 아이 앞에서 장황하게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한다.


말문이 터진 아이가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물어보면, "엄마는 이거 몰라, 아빠 오면 물어보자"며 퇴근하는 신랑을 달달 볶기도 했다.


참을성 있는 엄마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게 나의 최선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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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삐딱한 엄마 일기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삐딱한 엄마. 
재미있는 일들을 쑤시고 다니는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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