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명

by 제제

문이 여닫히고 누군가 계단을 내려온다.

복도 저 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하나, 둘, 셋, 그리고 나지막이 나를 부르는 소리.


당신이 나를 부른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나는 이 순간이 좋다.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당신의 얼굴을 어렴풋이 기억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나지막이 나를 부르던 당신의 목소리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테니

다행이다.


눈을 감으면

당신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온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17.0718)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