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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Sep 29. 2018

에이미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짧았던 인생, 필름에 담다  

라디오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게 생각난다. 


"you should be stronger than me 

넌 나보다 강해야 해 

you been here 7 years longer than me 

나보다 7년이나 더 살았잖아 

don't you know you supposed to be the man?

이젠 남자가 돼야 한다는 거, 몰라?


https://youtu.be/7CYE0DYIbaw

stronger than me - 에이미 와인하우스 


낮으면서 파워풀한 목소리에 완전히 매료돼, 한동안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비틀거리며 무대 위에서 난동을 부리는 그녀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영상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이름이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결국  '사망'이라는 소식을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다. 


이 영화는 27년을 뜨겁게 불태우다 간 천재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다큐 영화다. 배우가 아닌 에이미 본인의 모습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릴 적 친구들이 찍어준 영상 안에 그녀의 삶과 젊음이 그대로 담겨 있고, 중간중간 노래 가사가 적힌 노트와, 그녀의 노랫말이 상황에 맞게 흘러나오는 방식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노래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게 됐구나 하고 알게 된다. 

데뷔 초만 해도 그녀는 매우 통통하고 싱그러운 소녀의 모습이다. 젖살이 채 덜 빠진 얼굴엔 건강한 홍조가 띄워져 있고, 반항적인 눈에는 순수한 열정이 엿보인다. 친구를 매우 사랑하고, 음악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건강한 소녀의 모습이다. 가사를 직접 쓰지 않는 '스파이스 걸스'와 같은 뮤지션 취급당하는 걸 불쾌해하고, 큰 성공에 대한 욕심도 없다. 단지 내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몇몇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다는 게 그녀의 소망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랬던 그녀는, 블레이크 필더라는 한 남자를 만나고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어느 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연인이 있었지만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했고, 어느 날 블레이크가 여자 친구를 떠날 수 없다며 에이미에게 이별을 고하며 종지부를 찍는다. 이때부터 에이미는 엄청나게 방황하게 된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음악 활동도 한동안 하지 못했다. 그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쓴 곡이 바로 희대의 명곡, back to black. 


https://youtu.be/tux7eKFZn30

묘하게도 back to black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blake로 들리기도 한다. 결국 블레이크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담긴 걸까? 묘한 노래 가사처럼 결국 블레이크와 에이미는 재회한다. 


"I died a hundred times, 

you go back to her, and I go back to... black(blake)"


에이미는 약물 중독 증세로 재활원에 들어갈뻔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rehab이 대성공을 거두며, 엄청난 탑스타가 된다. 이때부터 어마어마한 파파라치와 투어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 속에 파파라치가 집 앞 가득 메우고 있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그걸 보는 나조차도 공포증에 걸릴 정도다. 예전 통통했던 모습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에이미의 모습.. 작고 가녀린 체구로 파파라치를 지나서 가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불행해 보였다. 

마약 중독으로 인한 식욕 부진, 폭식증으로 깡마른 에이미 와인하우스 


블레이크와의 만남은 서로를 갉아먹는 것이었다. 종종 마약을 하던 블레이크 때문에, 결국 에이미도 마약을 끊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고... 결국 결혼까지 한 둘은 서로 마약을 하고, 싸울 땐 피가 날 때까지 싸우고, 그러면서도 또 서로 죽고 못 사는 아주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하게 된다. 


둘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습성을 가진 것 같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고 말하던 프랑수아즈 사강이 떠올랐다. 그 말을 그대로 인간으로 옮겨서 묘사하면 저 둘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블레이크는 폭행 사건에 연루돼 결혼하고 얼마 안 돼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에이미는 상태가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를 반복하며, 점점 더 앙상한 모습을 하게 된다. 그래미 상까지 거머쥐며 그녀 인생 최고의 커리어를 찍었지만,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은 


"마약이 없으니까, 너무 시시해" 


라는 말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그녀에겐 영원히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해 줄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이 그녀에게 번번이 경고를 줬지만, 결국 그녀는 길을 잃어버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무대에 올라서 비틀거리며 고개를 떨구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난다. 사람들의 야유를 듣고, 주정뱅이에 약쟁이라는 온갖 비아냥을 듣고... 한순간에 추락한 천재 뮤지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나 쇠약해버린 그녀는 결국 어느 날, 조용히 잠든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가녀린 몸과 여린 정신이 버티기엔, 27년도 너무 길었던 것일까. 그렇게 그녀는 비운의 천재 뮤지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고단했던 세상을 떠나게 된다. 


영화 마지막에 그녀가 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단 한 번이라도 길거리를 마음껏 걸을 수 있다면, 

내 노래하는 능력을 신에게 다시 돌려주고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그곳에서는, 약도 없고 폭식증도 없이, 

사랑하는 음악만 하면서 편안히 쉴 수 있길 바란다. 

R.I.P AMY! 


https://youtu.be/3QDDzaY1LtU

Amy Winehouse - You know I'm no good. Live in Lond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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