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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Sep 01. 2018

멋진 하루

헤어진 연인과 함께 한 불편한? 아니 '멋진 하루' 

젊은 남녀가 열렬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헤어져 서로를 애증섞인 그리움으로 묻어 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라면 꼭 거쳐야 할 의식같은 것이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이 모든 것을 반복하는 것. 수많은 반복 속에서 우리는 하나 둘씩 그리움의 무덤에 스쳐가는 사람들을 묻는다.


영화 <멋진 하루>의 희수 또한 그렇다. 1년 전, 우연히 다가와 갑작스러운 사랑을 안겨줬던 병운은 지금은 그저 "내 돈 350만원"을 떼어간 파렴치한 놈팽이일 뿐이다. 그놈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2할쯤 된다면, 내돈 350만원을 받아내야겠다 라는 생각이 8할정도. 처음 병운을 찾아나섰을때만해도 그랬다. 그러나 오랜만에 본 병운의 모습과, 병운의 주변사람들을 계속 마주하며 희수는 색다른 감정을 느낀다. 

희수에게 오늘 꼭 350만원을 갚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조금씩 꾸러 다니는 병운.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서 짜증을 꾹꾹 눌러참고 있는 희수.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희수는 병운과의 과거를 회상한다.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문득 문득 그녀는 병운과의 첫만남, 첫 고백을 떠올리며 잔잔한 향수를 느낀다. 조금전만 해도 햄버거 세트를 따로 시켜 계산까지 따로 하더니,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면서 병운이 좋아하는 캔커피도 함께 산다.동갑내기 바이크족 사촌에게 무시를 당하고도 사람좋게 허허 웃는 병운을 보고는 자존심도 없냐고 소리치기도 한다. 


함께 하루를 보내며 희수와 병운은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이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멋진 하루"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서로 스쳐간 인연이었지만, 결코 그 인연은 보잘것 없는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 아마 그들은 서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 씬에서 고장난 와이퍼를 고쳐놓은 병운과, 병운의 친구인 미혼모가 건네는 돈을 받기 미안해서 안절부절하는 희수의 모습은 그들 서로가 "멋진 하루"였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들이 함께 저녁을 같이 먹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멋진 하루는 그날 하루로. 그렇게 그들의 멋진 하루는 끝이 난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런게 아닐까 싶다. 칼로 무썰듯 뎅강 잘려지는 인연이 아닌 만큼 그 잔상은 깊이 남지만 우리는 그것을 묻어둘 저마다의 자리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약한 인간일지라도 사랑을 끝없이 반복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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