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인 도>
오래간만에 아주 쫄깃한 영화를 봤다.
아마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 봤으면 공포감이 두 배는 더했을 것이다. 나름 강심장이지만, 집에서 불 다 끄고 보기엔 약간 무서울 정도였다.
영화는 신원 미상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제인 도는 신원 미상의 여성 시신에 붙이는 이름이라고. 겉보기엔 멀쩡한 시신이지만 뭔가 쎄~하다.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시신, 주인공의 시체 부검실로 오게 된다.
하나를 하면 끝을 봐야 하는 아버지 때문에, 영 기분이 찜찜하지만 옆에서 부검을 거드는 아들. 역시 공포영화의 법칙, 뭔가 싸하면 안 해야 된다. 그러나 주인공들을 '한다'. 왜? 스토리가 계속돼야 하니까.
시신을 파고 팔수록, 석연찮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기는 죄다 손상돼 있고, 혀까지 반토막이 나 있다. 한마디로 아주 난도질이 돼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상처가 과연 외상 없이 가능할까?
아버지와 아들은 시신을 부검하며 단서를 하나씩 끼워 맞추고, 진실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다.
자, 안 무서울 수가 없다. 일단 장소부터 시체가 가득 보관된 '부검실'이다. 가뜩이나 으스스한 데다, 밖에는 타이밍 딱 들어맞게도 폭풍우가 몰아친다. 라디오 소리도 오락가락, 심지어 발전기 동력이 다 돼 조명까지 아웃. 완벽하다. 만약 나였다면, 조명이 아웃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사 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필수 요소를 적당히 잘 버무린 영화다. 어둡고, 차갑고, 가끔 깜짝 놀래기도 하고, 무엇보다 미스터리 한 존재 때문에 심장이 쪼올깃 해진다. 혼자 불 끄고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쿵덕쿵덕 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잡다한 이야기 없이 딱 하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한마디로 깔끔하다. 결말은 스포라 이야기할 수 없지만, 결말도 내 기준 '완벽'했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1. 배우들 연기 굳
2. 딱 한 장소가, 모든 역할을 다 한다. 장소가 주는 '공포감'
3. 숨이 턱 막히는 결말
괜히 공포영화가 당기는 날이라면, 내 심장이 쫄깃해지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암막 커튼을 치고, 옆구리에 과자 하나 끼고, 이어폰을 꽂고 보길 바란다.
p.s. 괜히 방울 소리에 예민해진 것 같은 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