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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Feb 09. 2020

지아니 베르사체 암살 사건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지아니 베르사체 암살 사건의 네 주인공들_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늘 볼게 많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보려면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찾기가 어려운 '애증'의 넷플릭스다. 그러나 절대 구독 중지를 누르진 않는다. 기다리다 보면 꼭 구미가 당기는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정말 오랜만에 하루를 꼬박 새 정주행을 하게 만든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다. 시즌1은 그 유명한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의 전처 살해 재판에 관한 이야기고 이 또한 무지하게 재밌다. 시즌2는 지아니 베르사체 암살사건에 관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는 베르사체 편이 훨씬 더 어둡고, 잔인하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O.J. 심슨 편은 초반부에 시신이 나오는 것 외에는 법정 드라마 느낌이 강하다면, 베르사체 편은 살인 장면 등이 훨씬 더 잔인하게 묘사된다.


https://youtu.be/fMZK8i_EBQQ


일단 오프닝부터 '이 드라마는 무조건 정주행이다' 싶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오프닝만 잘라둔 부분이 있어 가져왔는데, 최근에 본 콘텐츠들 중 가장 '압도적'이었다. 저 베르사체 하우스는 지아니 베르사체가 인수한 후 특유의 안목을 더해 싹-다 갈아엎었다고 한다. 화려함의 극치다.

https://youtu.be/6Nfi7gFuVG8

실제 베르사체 하우스 투어 영상
지아니 베르사체의 손길로 재탄생한 '베르사체 하우스' . 지금은 호텔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총 9부작인 이 드라마, 한 회당 러닝타임은 60분 내외다. 대략 줄거리를 말하자면 지아니 베르사체를 죽인 연쇄살인범 '앤드류 쿠내넌'의 자취를 죽 따라가는 방식이다. 앞 회차에서 명확히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뒷부분에서 나오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 드라마의 강점

압도적인 세련됨

배우들의 열연

극한의 몰입감


먼저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세련됨 때문이다. 메가폰을 잡은 라이언 머피는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을 연출했는데 글리는 안 봐서 모르겠고,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약간 결이 달라서 그렇게까지 감각적이라고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베르사체 살인사건은 아무래도 패션 디자이너 암살을 내건 만큼 영상 하나하나가 기깔이 난다. 웅장한 클래식 음악과, 베르사체 하우스, 이탈리아와 마이애미 비치를 오가며 보여주는 영상만 봐도 1시간의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다. 하다못해 쿠내넌이 관계를 가졌던 상류층 남자들의 집도 보는 맛이 있다.


또 하나 배우들의 엄청난 싱크로율과 연기도 좋았다. 살인범 앤드류 쿠내넌을 연기한 대런 크리스의 순하면서도 광기 어린 눈빛이 극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겉으로 보기엔 사교성도 좋고 잘생긴 훈남인데, 볼수록 뭔가 오싹한, 묘한 기운을 풍기는 살인범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실제(왼쪽)와 역할을 맡은 대런 크리스(오른쪽)_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드레스를 입은 도나텔라와 지아니 베르사체 _오른쪽은 페넬로페 크루즈와 에드가 라미레즈.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페넬로페 크루즈의 변신도 좋았다. 워낙 유명한 배우라 드라마 출연 전부터 떠들썩했던 것 같은데, 스페니쉬 억양 대신 이탈리아 억양을 따라 하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고 한다. 사랑받는 여동생이자 뮤즈였지만 한편으로는 천재적인 오빠의 그늘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도나텔라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에드가 라미레즈도 싱크로율 100%. 일단 너무나 닮았다.


베르사체와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했던 연인 안토니오 다미코. 오른쪽은 배역을 맡은 리키 마틴_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리고, 지아니의 파트너 역을 맡은 리키 마틴의 새로운 발견... 어릴 적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모습만 기억에 남는데 연기도 잘하는 것 같고 잘생겼다. 원래도 유명했던 걸로 아는데, 나이 들수록 더 잘생김이 무르익나 보다. 리키 마틴은 실제로 커밍아웃을 해서 그런지, 연인 역할에 찰떡이었다.


배우들의 엄청난 열연을 바탕으로 드라마는 앤드류 쿠내넌의 발자취를 뒤죽박죽 따라간다. 첫 시작은 강렬하게 베르사체 암살을 보여주지만, 그 이후부터는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앤드류 쿠내넌은 베르사체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을 죽이게 되는데, 그들과의 관계가 언제 시작됐고 어떻게 죽였는지를 매 회마다 왔다 갔다 하며 보여준다. 앞부분에서 수수께끼처럼 보였던 것들이 뒤에 가서야 이해가 되면서 조금 더 긴장감과 재미를 불러온다.


마지막 회쯤 가서는 쿠내넌의 유년시절이 나오는데, 아버지에게 극한의 총애를 받지만 결국 모든 게 거짓말인 아버지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이 아버지라는 작자는, 돈을 벌기 위해 앤드류 관련 인터뷰를 이곳저곳 하기까지 한다. 결국 쿠내넌은 베르사체를 살해하고 일주일 후, 선상 보트에서 입 안에 총을 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극 중 앤드류 쿠내넌의 모습_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실제 앤드류 쿠내넌 졸업사진_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실제 앤드류 쿠내넌은 필리피노 미국인이며, 아이큐는 146. 내로라하는 사립학교를 나왔으나 졸업 후에는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이 없다. 나이 많고 부유한 슈가 대디를 찾아 성을 팔며 쉽게 돈 버는 일을 택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친구이자 전직 해군 장교였던 제프를 죽이면서 본격적인 살인을 시작한다.  다음 희생자는 건축가 데이비드 매드슨으로 미네소타 러쉬 시티 근처의 러쉬 호수의 동쪽 호숫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개인적으로 에피소드 중 제프와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실은 부분이 가장 보기 힘들었다. 특히 해군 장교였던 제프가 자신의 동성애 성향이 탄로 나며 군에서 겪은 수모가 끔찍했다. 극 상에서는 죽는 것도 체감상 제일 끔찍하게 죽는다. 데이비드 또한 제프가 살해당하는 걸 직접 목격하고 쿠내넌과 어쩔 수 없이 도주하며 불안함에 떠는 모습이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죽으면서 아버지의 환영을 보는 걸로 끝나는데 마음이 아팠다.


극 중 쿠내넌과 데이비드(중간), 제프(오른쪽)_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쿠내넌은 이후 시카고로 운전해가서 72세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 리 미글린을 1997년 5월 4일에 죽였다. 이 살인 이후, FBI는 그를 10대 최고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5일 후 커내넌은 미글린의 차를 타고 그의 4번째 희생자를 뉴저지 펜스빌의 핀스 포인트 국립묘지에서 발견하여 45세의 관리인 윌리암 리즈를 죽였고 1997년 7월 15일, 커내넌은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를 살해했다.



도대체 그가 왜 베르사체를 죽였는지는 아직도 미궁이다. 그가 자살해버렸기 때문에 추측만 난무할 뿐인데, 여러 가지 설이 나돌았다고 한다. 마피아의 청부라고도 하고(베르사체 측이 직접 부인), HIV에 걸려 복수심에 동성애자들을 죽인 거라는 설도 있었다. 하지만 쿠내넌은 HIV 음성이다. 지아니를 동경하고 질투했다는 설도 있고...지아니가 쿠내넌의 고객이었다는 설도 있다. 극 중에서도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베르사체에 대한 동경과 질투가 뒤섞인 게 아닐까 혼자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런 사람은 보지 말자 

동성애에 대한 반감이 있다.  

잔인한 걸 못 본다.


쿠내넌이 성을 팔았기 때문에 꽤 선정적인 장면도 있고 수많은 동성애와 동성애자가 나온다. 또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들도 가감 없이 나온다. 한마디로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 죽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아직 어색하다면 시청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 또 하나, 머리를 내려치거나 총에 관통당한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나오는 등 꽤나 잔인한 장면이 가감 없이 보이기 때문에, 잔인한 걸 잘 못 본다면 보지 않길 권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오래간만에 발견한 수작이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나만의 정주행 지수 ★★★★
"주말을 할애할 가치, 충분하다! 특히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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