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
대학교 때 전공수업으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교수님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너무나 유명한 이 말이,
이 책의 저자인 사강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스무 살 무렵엔 그 말이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던지...
당시 사강에 대한 엄청난 팬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도저히 폴과 로제의 관계가 이해되지 않아 물음표로 남았다.
특히 '나쁜남자' 로제를 극도로 혐오했다.
그런데... 책도 다, 이해가 되는 '때'라는게 있나보다.
20대 후반이 되고 이 책을 다시 보니, 어째 등장인물 한 명, 한명이 다 이해가 된다.
사랑이 무서운 로제도,
늘 상처받으면서도 관계를 놓지 못하는 폴도,
이제는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다.
사랑과 연애, 이분법관계으로 어떤 건 나쁘다, 좋다,
절대 구분지을 수 없다는 걸 알게돼서 그럴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폴이었고, 로제였기에...
또 좀 더 어렸던 언젠가는 시몽이었기에..
이제야 온전히 이 책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토록 미세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스물 네살의 나이로 써 내려간 사강,
그녀의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