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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Apr 26. 2019

예술가, 신과 인간 그 사이 어디쯤...

<달과 6펜스>를 읽고 


'달과 6펜스' , 도대체 뭘 뜻하는 걸까?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화가 은근히 멋있다. 그리고 궁금하다.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책을 덮고 드는 생각,

이상과 현실, 삶에 있어서의 가장 큰 선택.

여기서 이상은 달이요, 현실은 6펜스다.




항상 궁금했다.

예술가는 왜 이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지 않는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중력의 힘에 못 이긴 듯,

두 발 단단히 부여잡고 일상을 살아낸다.


그런데 예술가는 뭔가 다르다.

가만 보면 발이 공중에서 몇 센티 미세하게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달을 향하려는 듯 보인다. 


어디서 봤는데, 티베트 어로 '인간'이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고 했다.

예술가로 선택받은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방황한다.

이 책 속 찰스 스트릭랜드도 마찬가지다. 주식 중개인으로, 가장으로 

따분한 삶을 살던 그는, 돌연 모든 걸 버리고 '적극적인 방황'을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며 예술혼을 불태우고, 

그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중요하겠소? 우선 빠져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예술가의 운명.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가가 그렇듯 찰스 또한 주변 사람들을 참 괴롭힌다. 


부인과 자식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을 자살로 내몬다.  


과연, 예술가는 도덕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일까?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예술을 보기 위해, 

그러한 것들을 눈감아 줘야 할까? 눈감아 준다면 어디까지? 

내가 그의 부인이라면 나는 그를 이해했을까? 




책을 읽고 두 가지 입장에서 생각이 들었다. 

스트릭랜드의 부인이라면, 그가 죽도록 미울 것이다. 

내 곁에서 살아왔던 그 세월을 지옥같이 여겼을 것 같아 상처가 너무 컸을 것이다. 


더크 스트로브였다면,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었겠지만, 

한편으로 그의 모든 게 지독하게 부러웠을 것이다. 


사실 더크 스트로브에 감정 이입이 더 많이 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천재성, 매력, 운명... 

이런 것들이 얼마나 쓰라린지 알기 때문이다. 




평범한 도덕, 규율로는, 예술가들의 비범함을 재단하면 안 되는 걸까. 

재단하면 안 된다기 보단, 재단이 '불가능' 하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예술가들은, 인간과 신 그 중간쯤 어디에 있는, 

특별한 존재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예술가로서 '적극적인 방황'을 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그게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줄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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