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ping Hands May 31. 2022

마음을 아끼지 말자.

살다 보면 인색해질 때가 많다.


내가 가진 것을 놓치지 않으려, 손해보지 않으려, 남에게 쉬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 나를 지키려.


나이가 들며 마음을 나눔에 있어서도 인색해질 때가 많음을 느낀다.


내가 준 마음만큼 돌려받지 못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까 봐 등등.


이유는 다르지만, 그렇게 마음을 아끼는 데 익숙해진다.


그래서 사소한 호의를 베풂에 있어서도, 혹은 마음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재고 따지고, 돌려받을 수 있을 마음인지, 내가 상처받진 않을지 이것저것 계산을 하며 줄지 말지를 고민한다.


더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에는 망설임 없이 주었던 마음들을 이제는 많은 생각과 여과 장치를 거쳐 아주 일부만 표현한다.


그래서 힘들다 하소연하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과 위로를 해주기보단 내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 같은 버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 며칠 전 놓친 지인의 전화에 콜백을 했다.

고민이 있던 그였기에 선뜻 먼저 다시 콜백을 할까 망설여졌다.


그는 내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것이 아닐까, 먼저 다시 연락하기 전에 내가 굳이 먼저 연락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별것 아닌 일에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손해보지 않으려 마음을 아끼다, 이렇게 아껴서 무엇 하나 싶어 전화를 걸었다.


고민이 있던 지인은 내가 큰 도움을 준 것이 아니었음에도 존재만으로 너무 큰 힘이 되었다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 어느새 나는 그가 나에게 나눈 것만큼, 그 이상 내 고민과 마음의 무게를 그에게 나눴다.


마음을 아꼈던 인색한 나와는 달리, 지인은 진심으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참 애썼다고, 대단하다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해주었다.


인색함이 없는 그의 순수하고 굳건한, 따뜻한 마음에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던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고 머릿속을 덮고 있던 뿌연 안개가 조금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아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예전에는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하면 나에게 나눠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곤 하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팍팍해진 삶 그 이상으로 인색해진 내 마음이 그러지 말라고, 너 하나만 생각하고 마음을 아끼라고 소리치고 있었던가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에 또 다른 마음속 외침의 메아리로 응수해줘야겠다.


마음을 아끼지 말자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사람들은 다 반쯤 화가 나 있는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