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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ping Hands Nov 23. 2021

왜 사람들은 다 반쯤 화가 나 있는걸까?

별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면, 그것은 나의 이슈일 수 있다.

"왜 사람들이 다 반쯤 화가 나 있을까?"


몇년 전 회사생활을 할 때 동료들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일적으로 만나는 고객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식당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얼굴들.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다 반쯤 화가 난 얼굴로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질문은 5년 전 스위스에서 일년을 보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이어졌다.


"왜 사람들이 다 반쯤 화가 나 있을까?"


그리고 5년 전에도,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짧게든 길게든 해외에 있다 들어올 때마다 한국에 돌아왔음이 가장 실감나는 순간 중 하나는 지하철에서다.

모두 쫓기듯 바쁜 잰걸음으로, 어깨가 부딪쳐도 아무렇지 않게 자기 갈 길을 가기 바쁘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 둘 정도일까.


이런 단편적인 사례를 갖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쁘다거나 외국 사람들이 무조건 좋다 하는 이분법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그저 정말 궁금할 뿐이다.


우리는 왜 어디서나 이렇게 반쯤 화가 나 있는 걸까. (무표정은 그나마 나이스한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반쯤 화가 난 불특정 다수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예전 회사에서 들었던 코칭 교육 중 책임연구원 분이 강의 중 들었던 예시가 생각난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서 본인을 당황하게 했던 어떤 이웃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 당시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이웃 때문에 본인도 같이 화가 났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화를 낸 이웃은 본인(책임 연구원)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이슈를 본인에게 투사/전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일상에서 그렇게까지 화낼만한 일이 아닌데 화가 나는 경우들이 있었음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화가 나는 경우에는 그것이 상대방 혹은 사건 그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이슈를 건드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는 예시였다.




이 사례를 떠올리며, 1만큼 반응해야 할 사건에 10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들의 감정 이면에 있는 이슈가 무엇일까 헤아려 보려고 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이(transfer), 전치(replace)하는 사람들에게 나역시 똑같이 화를 내기보다는 그 이면의 이슈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반쯤 화가 난 것 같은' 얼굴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제 조금 마음이 아프다.


행복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이, 부정적 정서가 디폴트값이 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짜증과 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우리는 그렇게 함께 표정없는 사회, 혹은 반쯤 화가 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반대급부를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화부터 내면서 큰소리치지 않으면 자기 목소리가 들려지지 않을 거라는 비합리적 신념과 무기력을 학습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어떨까?


조금 비약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마트에 가서 원하는 걸 사달라고 드러누워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에게 그렇게 해서는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차분하게 이야기해도/해야 네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고 타이르는 것과 비슷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


내 말이 들려질 것이라는 믿음, 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악에 받쳐 소리지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들려지고,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내가 중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믿음이 있다면 보다 차분하고 나이스한 태도로 '대화다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화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 소리치치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부터 주변의 반쯤 화가 난 이웃들에게 미소지어주고, 그들에게 귀기울여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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