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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ping Hands Sep 25. 2023

내 옆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 파이브 피트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연결, 사회적 지지의 힘

좋은 곳을 갈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사랑하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얼굴이 떠오를 수도 있고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선생님, 동료가 생각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좋은 곳을 가거나 좋은 것을 접할 때 자연스럽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때 기쁨이 배가 되기 때문이지요.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혼자서는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곁을 지켜주는 가족이나 친구들, 주변 사람들이 큰 힘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 또는 외부적 환경으로부터 얻는 정서적 지지와 다양한 종류의 자원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라고 합니다. 사회적 지지는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양적 측면은 주변에 이런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 지지체계가 충분히 있는지를, 질적 측면은 주변 사람들이나 외부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지지, 관심을 받고 있는지와 같은 사회적 유대(social solidarity)를 뜻합니다.   

   

사회적 지지는 개인의 정서적, 신체적, 물질적 필요 등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채 장기간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다면 살면서 겪는 다양한 문제 앞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최근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뉴스가 자주 보도되는 양상은 사회적 지지와 연결망이 약해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 자동화 및 개인화 확산, 코로나로 인한 대면 접촉 감소와 같은 사회적 변화는 사회적 지지와 연결고리를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보다 가볍고 편리한 온라인에서의 접촉이 선호되고, 자동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는 우리의 정신건강, 신체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충분한 사회적 지지를 경험할 때 스트레스,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이 예방되고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장기간 외로움과 우울에 노출되면 우울증, 면역력 감소,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치매와 같은 질병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최근에는 외로움이 담배 15개비만큼이나 해롭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외로움부’가, 일본에서는 ‘고독·고립 대책실’이 신설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외로움, 고독과 같이 사회적 지지와 밀접하게 연결된 정신건강 문제가 비단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의 핸드폰 속에 저장된 번호 중 실제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되나요? 업무상 연락하는 사람이 아닌, 안부를 묻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 말입니다. 아마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대답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매일 스치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지지를 강화하고 주변 사람들과 더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 나의 사회적 연결고리 평가하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평가해 보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깝고 강한 연결은 ○, 중간 정도의 연결은 △, 정서적·물리적으로 비교적 먼 사람들과의 연결은 ---로 표시하면서 관계도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약해진 고리 중 다시 강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파악하면서 사회적 자원의 양과 질을 높여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2. 필요할 때는 도움 요청하기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폐 끼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은 ‘용기’이자 ‘겸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도움 추구 행동(help-seeking behavior)’이라고 합니다. 적절한 도움을 청함으로써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중요한 대처 능력이자 큰 강점입니다.      


마음이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부터 실제적인 도움을 청하는 것까지 범위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필요는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청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이때 상대방의 상황이나 가용한 자원에 따라 도움을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3. 주변 사람에게 관심과 지지 표현하기

내가 사회적 지지를 필요로 하듯 내 주변 사람들 역시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혹시 외로움이나 고립감으로 혼자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을 둘러보세요. 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줄 때, 어느새 나 역시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영화 <파이프 피트(Five Feet)>에서는 낭포성 섬유종을 앓는 스텔라와 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낭포성 섬유종의 특성상 같은 병을 가진 사람끼리는 6피트 이하로 접근하거나 접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스텔라와 윌은 서로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의 치료를 돕고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둘만의 규칙을 정합니다. 바로 금지된 6피트에서 1피트 더 다가간 거리인 ‘5피트’ 간격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리고 영화는 다음과 같은 스텔라의 대사와 함께 끝맺습니다.      


“스킨십,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작은 손길 

 혹은 볼에 닿는 입술의 촉감    

 

기쁠 땐 우리를 하나 되게 두려울 땐 우리를 용감하게 열정의 순간엔 우릴 짜릿하게 만들죠

사랑할 때요   

 

우리에겐 공기만큼이나 그 손길이 필요하단 걸 나는 미처 몰랐어요

그의 손길이 간절해지기 전까지는     


만약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만지세요, 옆의 그 사람을 

낭비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영화 <파이브 피트>에서는 스텔라와 윌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의료진, 가족, 친구들 같은 주변 사람들의 돌봄과 지지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인생을 더 값지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껏 마음을 표현하면서 말입니다. 혹시 모르죠, 당신과 그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어느새 한 뼘 더 줄어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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