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말입니다. 그만큼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음식 안에 들어있는 영양분은 체내 조직세포 형성과 혈액순환,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등 다양한 질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먹는 음식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이 결코 틀리거나 과장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사말로 “밥 먹었어?”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먹을 것이 귀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밥을 먹었는지가 안부를 묻는 표현으로 적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넘쳐나고 풍족한 요즘에도 왜 우리는 여전히 이런 안부 인사를 전하는 것일까요?
먹는 행위에는 단순히 식욕을 충족시키고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생물학적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영양분이 골고루 갖춰진 식단을 지키는 것은 에너지원 공급, 면역력 증진, 혈액 및 세포의 성장과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에 더해 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큰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줍니다.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뇌의 보상중추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시상하부가 자극되며 기분이 좋아집니다. 도파민은 즐거움이나 쾌락을 느낄 때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로, 도파민이 적절하게 분비되면 즐거움이나 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상중추에 이상이 생기면 시상하부가 계속 자극되면서 식욕을 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도파민은 알코올을 비롯한 물질중독, 도박 같은 행위중독과도 관련 있는데, 중독의 특징은 자연적인 자극 이상으로 훨씬 강력한 자극에 의해 보상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점점 더 강하고 빈번한 자극을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식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종의 음식중독 현상이지요. 이런 양상이 지나칠 때는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단합니다. 한 번에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나서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이나 죄책감으로 손가락을 이용하여 구토하거나 설사제를 사용하는 것이 주요 증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폭식 행동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양상을 보입니다.
반대로 마른 몸에 대한 강박과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도 있습니다. 식욕부진증 환자들은 음식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로 무월경을 겪거나 저체중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또는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며 폭식 후에는 구토, 변비약, 이뇨제, 관장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폭식증과 거식증은 모두 섭식장애(eating disorder)에 해당합니다.
영화 <301 302>, <투 더 본(To the bone)>에서는 섭식장애를 앓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섭식장애를 비롯하여 음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반대로 거부하는 것은 ‘통제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며 불안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먹는 행위’와 ‘몸’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보상중추의 비정상적 활동도 이런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외식이나 배달이 익숙해진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SNS에서 유명 맛집으로 이름난 곳에는 수많은 대기줄이 생기고, ‘K-먹방’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지만, 음식을 건강의 측면보다는 맛이라는 쾌락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고 어떤 재료로 어떤 조리과정을 거쳤는지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바쁜 일상으로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반조리 식품이나 인스턴트, 냉동식품, 밀키트 등을 자주 이용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맛있어서’ 혹은 ‘간편해서’ 먹곤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를 거르거나 ‘때운다’, ‘삼킨다’라는 느낌으로 한 끼를 뚝딱 해결하기도 합니다. 혼자 밥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이나 TV를 보며 먹는 둥 마는 둥 할 때도 많습니다.
불교의 명상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에서는 현재에 집중하며 감정과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강조합니다.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은 그 구체적 실천법 중 하나로, 내가 지금 이 음식을 왜 먹고 있으며 이 음식이 무엇인지, 맛이나 질감은 어떤지, 음식을 씹고 삼킬 때 몸에서의 느낌은 어떤지 주의를 기울이며 먹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이런 훈련은 스트레스로 인한 무분별한 폭식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맛 음미, 스트레스 완화, 체중조절, 건강 유지라는 일석사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지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색깔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식재료의 다양한 색에는 고유의 효능이 숨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록색을 띠는 시금치, 피망, 브로콜리, 케일에는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제아잔틴 등이 풍부해 눈 건강 및 피로회복, 신진대사 활성화에 도움을 줍니다. 빨간색인 딸기, 수박, 사과, 토마토에는 리코펜, 엘라그산이 풍부해 골다공증 및 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색깔마다 다른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여 필요한 영양소를 채우고 다양한 질환 예방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식사 시 한 가지 색깔보다는 여러 가지 색깔이 들어간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하면 풍부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고 심미적으로도 좋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처럼 말이지요.
오늘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드셨나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있나요? 혹시 아무 음식이나 대충 먹으며 자신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건강한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더 건강하고 행복한 여러분의 오늘을 기원합니다.
1. 천천히, 오래 씹고 음식을 최대한 음미하기
2. 규칙적인 식사하기
3. 식사 시 TV, 핸드폰 시청 자체하기
4. 배가 부르면 식사 멈추기
5. 식단 일기 쓰기
6. 식사할 때 2~3가지 이상의 색깔 식재료 섭취하기
7. 음식의 맛과 향, 질감에 집중하기
8.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기
9. 밀가루, 카페인 금식 기간을 정하고 지키기
10. 소금, 설탕은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