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 취미와 흥미
“정말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둬라.”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업(業)이 되는 순간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정말 그 일을 즐기려면 취미로 그치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제가 예전에 농담 반 진담 반 이 말을 SNS에 올린 적 있는데, 많은 지인이 공감을 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친구는 본인이 도대체 뭘 좋아했길래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동의하시나요?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헤럴드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는 욕구위계이론을 통해 욕구에 단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의식주 같이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높은 단계인 사회적 인정 욕구, 자아실현 욕구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 욕구나 성취감, 사회적 인정 같은 상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직무나 근무환경의 변화, 반복되는 일로 번아웃, 매너리즘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삶이 쳇바퀴 돌 듯 무료하고 별 낙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계속되는듯한 느낌이 들죠.
이럴 때 삶의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취미활동입니다. 먹고살기도 바쁘고, 일로 충분히 지치고 힘든데 무슨 취미활동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취미활동도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큰돈을 들이거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더라도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와 활력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취미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1.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적으로 시도 가능한 취미부터 시작해 보기
몸을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산책이나 달리기 거리를 늘려가실 수도 있고, 혼자 하는 운동에 동기가 잘 부여되지 않는다면 동호회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배드민턴, 러닝, 테니스,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얻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2. 나의 성향, 관심분야를 반영한 취미 선택하기
본인의 성격이나 성향, 관심 분야에 맞춰서 취미활동을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차분하고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활동을 좋아하신다면 다도, 서예, 꽃꽂이, 뜨개질, 명상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통해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시는 편이라면 근교의 멋진 카페 투어를 통해 자연 속에 머무르거나 캠핑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림 그리기나 예술적 활동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캘리그래피, 네 컷 만화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를 통한 그림 그리기, 도예 활동에 참여하실 수도 있습니다.
3. 흥미와 적성을 활용한 취미 선택하기
취미를 선택할 때 ‘흥미’나 ‘적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STRONG 직업흥미검사에서는 RIASEC이라는 여섯 가지 직업흥미 코드를 통해 진로 및 직업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런 직업흥미를 일을 통해 충족할 수도 있지만, 만약 현재 하는 일이 이런 흥미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취미활동을 통해 충족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으로 하는 활동이나 기계, 신체활동에 흥미가 많은 R(현장형)이라면 프라모델 조립이나 정원 가꾸기, 등산, 카메라나 비행기 같은 기계 관련 서적 읽기를, 연구나 조사활동에 선호가 높은 I(탐구형)라면 관심 분야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청이나 자료 조사, SF영화나 추리소설 읽기를, 창작이나 예술 활동에 관심이 많은 A(예술형)라면 글쓰기 수업이나 베이킹, 악기연주, 미술관 관람을 취미로 삼을 수 있습니다. 봉사나 교육에 흥미가 높은 S(사회형)는 멘토링, 유기견 봉사활동 같은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흥미를 알고 관심 분야를 선택해서 취미활동을 즐기다 보면 성취감과 함께 새로운 자극을 통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단순히 삶에 활력을 주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솔과 에피네프린을 조절하고 근력, 폐 기능, 혈행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또, 악기연주, 예술품 관람 같은 창의적인 활동은 우뇌를 자극해 건망증을 유발하는 베타파를 감소시키고 두뇌활동 활성화를 돕는 알파파를 증가시킵니다. 취미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는 우울감이나 고독감을 감소시키고 대인관계 향상, 능동적 태도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집니다. 이때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거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오락적이거나 무의미한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생산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활동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바쁘게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쉬는 법, 노는 법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잘 놀고, 잘 쉬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몸과 마음이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기계가 아닌 이상 우리는 언제나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기계도 오래 쓰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기름칠을 해줘야 합니다. 일과 삶, 일과 여가, 일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있을 때 우리 삶은 더 지속 가능하며 풍요로워집니다.
취미활동은 때로 쉼을 넘어서 새로운 영감과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새로운 취미활동을 통해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원래 내 삶의 경로에서는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과 인연이 닿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데 큰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내 안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다리가 되어줄지도 모를 취미활동, 오늘부터 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