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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Jan 08. 2024

내 알람이 진동인 이유

일상 속의 조건 반사적 행동.

웅---웅---웅--- 거리는 진동 알람을 꺼버리고 이불속을 더 파고들게 되는 아침이다.

눈을 감고만 있고 싶은데, 눈을 뜨고 또 일터로 향해야 한다. 그래야 내 하루가 시작된다.


웅---웅---웅--- 두 번째 진동 알람이 또 울린다.

이젠 정말 일어나야 할 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다간 지각할지 모른다.


‘이제 진짜 일어나야 해!’


내 알람이 진동인 이유는 아침 일찍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무리 감미로워도 모두 날카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제는 클래식, 언제는 기본 알람 소리, 언제는 닭 울음소리.


모두 어느 순간 나의 수면 자유를 방해하는 짜증이 가득한 소리로밖에 안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젠가 인가부터 진동과 진동음에 의존해 아침을 깨운다.


사람은 어떤 현상 자체만을 놓고 판단하지 않는다. 바로 자신과 상황을 함께 놓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누군가에겐 감미롭고 달콤할 클래식 음악도 나의 아침엔 날카롭고 예민한 소리로만 들리게 된다.

내가 어떤 것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의 차이는 분명 나에게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르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개인의 성향, 환경들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알람 소리를 날카롭게 여기는 것은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바로 회사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그 소리가 나에겐 "야!!! 일해야지!!!"라는 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것들이 많아진다.

파블로프 개 실험은 심리·생리학자, 파블로프가 우연히 동물의 타액 분비를 기록하다가 발견한 이론이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면 처음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다가, 종이 울린 후 음식을 주는 행동을 되풀이하면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린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파블로프는 조건반사라 불렀다.

아마 알람 소리가 나에겐 그 종소리와 같았다. 알람 소리가 나면, 출근해야 한다..라는 조건형성이 된 것이다.


어쩌면 반사적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나의 태도와 행동들.

그 모든 것들이 살아가며 학습을 통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 반사적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 안엔 분명 긍정적인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나의 반려견이 나를 깨울 땐 기분이 좋다.라는 것도 다른 형태의 조건자극-자극 변별*-이다.


그렇다. 그래서 내 알람 소리가 진동 소리인 것이다.

아침에 너무 약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에게 가장 약한 자극으로 아침을 깨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너무 약한 나도 달라질 때가 있다. 여행을 가거나, 즐거운 마음이 들 땐 알람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온전히 내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 아침은 피곤하지만 활기차다. 


이렇듯 사람은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간단히 마음 하나만으로도 자극의 강도를 다르게 바꿀 수 있다. 내가 어떤 아침을 맞이할지 어쩌면 선택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회사에 다니는데 회사에 가는 것이 힘겹다면, 회사에 가기 전 내가 가장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아침에 만들어보면 어떨까?



당신의 아침 모습은 어떠한가?

당신의 알람은 무엇인가?

당신의 아침은 상쾌한가? 그렇다면, 분명 무의식 중에 아침이 상쾌할 만한 상황이 있을 것이다.



*자극 변별 : 원래의 조건자극과 비슷한 자극을 받더라도 다른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원래의 조건반응을 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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