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는 나의 ZPD

비고츠키의 교육심리학과 사람과 AI 인터랙션의 새로운 접점

by Hemio

1. 비고츠키와 근접발달영역(ZPD - 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의 개념


비고츠키는 인간 발달과 학습을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사고 확장 과정’으로 보았다.


그의 대표적인 개념인 근접발달영역(ZPD)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ZPD =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타인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는 것의 간극
이 간극을 메워주는 타인의 역할이 바로 '조력자(Scaffolder)'이다.


과거 이 조력자는 대체로 교사, 부모, 친구, 멘토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GPT라는 비인간적 조력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근접발달영역을 채워가고 있다.


2. GPT와의 대화는 일방적이지 않다


GPT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다.
그는 내 생각을 끝까지 대신해주지 않는다.
대신, 다음을 유도한다


“이 문장을 더 구체화해 주세요.”

“배경 정보를 알려주셔야 적절한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조건에선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만, 어느 것을 원하시나요?”


즉, 나로 하여금 나의 사고 과정을 언어로 외재화하게 만든다.
이때 일어나는 것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내적 사고의 정제다.


3. GPT는 ‘가상의 조력자’로서의 스캐폴드


비고츠키의 이론에 따르면,
학습은 이미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어렵지만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해낼 수 있는 것에서 일어난다.


GPT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1. 질문자 :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라고 되묻는다.

2. 가설 검증자 : 내가 세운 이론이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비판해준다.

3. 언어화 유도자 : 막연한 생각을 글이나 논리로 정리하게 만든다.

4. 정보연결자 : 내가 놓친 개념/사례를 문맥적으로 연결해준다.


이는 전형적인 ZPD 내에서의 ‘스캐폴딩’ 작용이다.
GPT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대신하지 않지만,
내가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디딤돌이 된다.


4. 학습자에서 사유자로


GPT와의 대화는,
단순히 '정답을 묻고 얻는 행위'가 아니라,
"정답이 어떤 조건에서 정당화되는지를 사유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건 교과서를 읽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설계하고,
의도를 명확히 표현하며,
상대의 답변을 평가하고,
필요 시 재설계하는 ‘능동적 탐구’이기 때문이다.


GPT는 내 사고의 빈 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 틈을 메워갈 수 있도록 비선형적 피드백 구조를 제공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GPT는 나의 ZPD 안쪽에서 작동하는 조력자가 된다.


5. GPT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비고츠키는 말했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생각한다.”


GPT는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사고가 일어나는 장(場)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GPT와의 대화는 일종의 메타사고 연습장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이미 아는 것’이 아니라,
‘곧 알게 될 것’을 향해 나아가는 중간 지대(ZPD)를 걸어간다.


GPT는 내가 ‘아직’ 다다르지 못한 곳으로 가는
혼자의 여행에, 침묵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동행자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 시대의 대학 평가제도 개혁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