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Y Works

In our nature

목관오중주를 위한 음악, 세렝게티에서 떠오르는 해처럼

by Hemio


나는 음악을 만들 때, 머릿속으로 장면을 떠올린다.

그 장면은 대체로 말이 없다.
대사는 없고, 인물도 없다.
대신 호흡이 있고, 빛이 있고, 바람이 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작곡은 때로 다큐멘터리의 정지화면을 해석하는 일이다.


이 곡 [In our nature] 역시 그랬다.
내 머릿속엔 세렝게티 초원의 아침이 있었다.
황금빛 들판 위로 얇은 구름이 천천히 물러가고,
낮게 깔린 안개 너머에서 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 풍경을 보며 나는 묻는다.


이 장면에 어울리는 첫 소리는 무엇일까?


그렇게 하나의 음이 떠오르고,
그 음은 곧 목관오중주라는 색채를 입는다.


처음에는 4/4박자로 시작한다.
낮은 호흡처럼,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풀벌레의 움직임처럼 짧은 음형들이 쌓이고,
목관 악기들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그 위를 흘러간다.


그러나 아침이라는 시간은 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사파리는 급격히 깨어난다.


그래서 나는 4/4 + 3/4라는 비정형적 박자를 도입했다.
균형은 있지만 규칙적이지 않고,
전진하지만 똑같이 걷지 않는다.


이는 자연의 리듬을 닮아 있다.
자연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결코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이후 박자는 6/4, 그리고 다시 변박의 연속으로 넘어간다.
음악은 점점 속도를 얻고,
시간은 흐르기보단 퍼져나가는 듯한 움직임을 갖는다.


나는 이 음악 속에서 시간조차도 '흐름'보다는 '확산'에 가깝다고 느낀다.
이는 새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이나,
영양 떼가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처럼
정지와 운동이 공존하는 풍경과 닮아 있다.


이 곡은 특정 동물이나 사건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보다 나는 '자연의 내재된 구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도 In our nature.
단지 자연 속 풍경이 아니라,
그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 안의 본성’을 위한 곡이다.


세렝게티의 새벽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그 안의 리듬, 빛, 변화는
어쩌면 우리도 기억하고 있는 오래된 감각이다.


나는 이 곡을 통해
말 없는 자연이 들려주는
가장 오래된 멜로디를 흉내 내고 싶었다.


목관의 숨결,
박자의 파편,
그리고 조금씩 변해가는 음악의 결.


그 모든 것이
우리 안의 어떤 감각과 겹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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