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Piano Solo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건 단순한 날씨 취향이라기보다는,
세상의 속도가 조금 늦춰지는 날에 대한 애정에 가깝다.
토독 토독 빗소리,
작은 웅덩이의 간질거리는 파문,
비에 젖은 땅내음.
어느 날 아침 뉴스를 켰다.
TV 속 기상캐스터가 말했다.
“오늘은 우산을 챙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짧은 문장을 듣는 순간,
나는 묘하게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 말 한마디가
왠지 나만을 위한 예고처럼 느껴졌고,
곧 창밖으로 떨어질 빗방울이
음악처럼 다가왔다.
이 곡은 그런 아침에서 시작되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날,
하지만 그 평범함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어떤 날.
나는 예전의 기억도 꺼내보았다.
비가 오면, 일부러
비맞는 옷을 입고 공원 벤치에 누웠다.
(비 맞는 옷이 따로 있었다.)
눈을 감고,
눈두덩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을 기다렸다.
토독-
토독-
그 소리는 세상의 모든 위로가 음악으로 변한 듯한 감각이었다.
그래서 이 곡도 그런 식으로 흘러가길 바랐다.
과하게 슬프지 않고,
의도적으로 밝지도 않으며,
조금은 부유하고, 살짝은 젖어 있는 상태.
피아노의 음 하나하나가
마치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같기를 바랐다.
뚝뚝 떨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조용히 이어지고,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지는.
<오늘 우산을 챙겨야 할까요?>는
비 오는 날의 피아노곡이다.
하지만 이 곡은 날씨보다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설레는 마음,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아침,
그리고 빗속을 걷고 싶은 충동.
그 모든 것을,
나는 이 짧은 피아노 선율 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당신도 오늘 아침,
혹시 같은 멘트를 들었는가?
“우산을 챙기셔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 곡은
당신을 위해 준비된
하루치의 잔잔한 설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