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지난 시간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 했다.
과거 이야기는 늘 자신이 없었고, 외면하고 싶은 게 많았다.
체한 채로 살고 있는 내가 여기저기 너무 많았다.
정신병동에서 만났던 강박증이 심했던 아이.
성폭행의 피해자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던 그녀.
폭력에 오래 시달리다 그보다 더 공포스럽게 변해버린 아줌마.
숱한 아픔과 고통들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는 거기에 잠식되어 있는 내가 버거웠다.
너무 많은 것들에 노출되다 보면 잘 사는 게 어떤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주체가 누구인지 분간이 어려워진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지경이 오고야 만다.
그러면 나는 아주 힘차게 여기저기로 밀어 넣어 버렸다.
직면하지 않고 쑤셔 넣기 급급했다.
그런 것들이 정말이지 내 속에 가득했다.
한동안 이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진 채 아이하고 함께 자랐다.
기운 좋은 엄마의 가면을 쓴 채,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정리하지 않으면 끝내는 서로 뒤엉키기 마련이다.
그러기 전에 잘 다듬고 만져서 차근차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저 쌓아두기만 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글의 수단을 빌려 하나씩 건져내고 확인하고 쓸어내 봐야 했다.
조금씩 꺼내지고 비워질수록 단정하고 간결한 공간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그렇게 모여진 시간들이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를 만들어 내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