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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miyou Mar 31. 2021

덮어두었던 소설 속 세계를 다시 열다

창비청소년문학 100 『두 번째 엔딩』


어떤 소설들은 독자를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곤 한다. 마치 실제로 소설 속 세계가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이 그 세계 어딘가 평온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속편을 기대하는 것처럼 소설의 속편을 기대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는 상상이 실현되었다. 창비청소년문학의 100번째 순서를 장식하는 『두 번째 엔딩』이다.



창비청소년문학은 2007년 이현 장편소설 『우리들의 스캔들』을 시작으로 꾸준히 발행되어온 청소년 문학 시리즈로 어른들과는 다른 고민과 상처들을 견뎌내고 있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걸작들을 소개해왔다. 2017년 출시된 시리즈의 78번 『아몬드』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어 출간된 지 4년 째인 현재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시작은 불모지였던 청소년 분야에 시작을 알린 시리즈였으나, 차츰 소설의 독자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재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시리즈가 어느덧 100번째 순서를 맞이한 것이다.




『두 번째 엔딩』은 99권의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중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8작품에 담기지 않았던 바깥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깊은 울림을 주었던 『우아한 거짓말』부터 앞서 언급한 『아몬드』, 2020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유원』까지 긴 시간 사랑받아온 소설들의 스핀 오프 소설인 것이다.



워낙 원작이 유명한데다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터라 나도 그 뒷이야기를 상상해보곤 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들의 뒷이야기라는 내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는 『두 번째 엔딩』에 들어있는 작품의 원작 중 『우아한 거짓말』, 『아몬드』, 『유원』을 읽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거의 10년쯤 전에 읽은 이야기라 큰 스토리 틀만 떠오르고 세부적인 내용은 흐릿했고, 『아몬드』와 『유원』은 2019년, 2020년에 각각 읽은 소설이니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이 남아 있었다. 책을 펼치며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했다. ‘뒷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니, 시리즈물인 드라마의 경우에도 전작을 보아야 몰입과 이해가 더 빠른 것처럼 이전 이야기를 읽고 읽는 것이 흐름상 맞는 게 아닐까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몇몇 작품의 경우, 원작을 읽고 읽는 것이 확실히 몰입에 도움이 된다. 가령 『우아한 거짓말』에서 살아남은 언니 만지와 동생 천지를 잃게 만든 화연과 미라의 이야기인 「언니의 무게」는 원작을 읽고 읽는 것이 등장인물의 관계성과 감정선을 이해하는 배경이 된다. 하지만 『아몬드』의 스핀 오프 소설인 「상자 속의 남자」에는 원작의 주인공인 윤재가 잠시 등장할 뿐 이야기의 중요 인물이 아니다. 『아몬드』의 세계관 속에 조명되지 않은 채 존재했던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다. 원작을 모르고 보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라고 읽힐 수도 있을 듯하다. 「서브」도 그랬다. 제목인 유원이 곧 주인공이었던 『유원』은 단 한순간 등장할 뿐 「서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서 소개 글에 쓰인 것처럼 “소설을 이미 읽은 이들에겐 반가운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풍성한 이야기를 선사하는 선물 같은 책이다.”



처음엔 원작을 읽지 않은 채 뒷이야기를 읽는 것이 두려워 원작을 읽기 전까지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험 삼아 읽어본 「초보 조사관 분투기」에서 그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졌다. 오히려 『두 번째 엔딩』에 있는 소설들을 읽고 난 후, 원작이 더욱 궁금해 찾아 읽게 되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알게 되어 기쁘다. 풍성한 서사의 꾸러미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도 ‘원작을 아직 읽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내려놓는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반드시 알려주고 싶다. 『두 번째 엔딩』은 원작을 읽으면 읽는 대로 읽지 않으면 읽지 않은 대로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소설집이다.






한동안 읽어야 하는 책들에 밀려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했다.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 아무것도 읽기 싫을 땐 생동감 있는 서사를 읽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는데도 말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는 행위라고 하는데 그 양식 중 용기와 감성을 충전시켜주는 것은 문학이다. 그중 흥미로운 서사가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은 삶의 큰 기쁨이다. 아직 『두 번째 엔딩』을 읽지 않은 소설 덕후가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채롭고 풍성한 서사의 선물 꾸러미를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그들의 이전 이야기 혹은 다음 이야기를 찾고 싶어질 테니까.




*창비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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