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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Jan 09. 2023

아이가 스스로 하게 두면?

어른의 불안

비가 엄청 쏟아지던 어느 날, 자식 걱정이 심했던 우리 엄마는 나를 업고 집에 데려다주고 난 뒤, 동생을 데리러 다시 학교로 가셨다. 또 도시락 세대였던 나는 점심시간에 맞춰 엄마가 갖다 주신 따끈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경험했던 일이다. 우리 엄마는 자식 일에 온 정성을 다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내가 어려움에 처할 사이도 없이 알아서 해주셨다. 이런 엄마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해주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익숙해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편하게 살았던 내가 사회에 나와보니 '무능력한 인간'이었다.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니?"라는 말을 종종 들었으니 말이다.




센터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들 지도에 꽤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데 부모님들과 내 생각이 많이 달랐다.

"애들이 하는 걸 언제 기다리나요? 빨리해주는 게 낫지!"
"애들이 할 줄 아는 게 있나요? 어른이 해 주면 금방인걸요"
"애들 하는 거 지켜보고 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맞다! 기다리는 건 많이 힘들다. 인내가 필요하다. 몸에서 사리가 나올지도 모를 지경. 어른이 해 주면 빠른 것이 맞고, 어른이 어린이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맞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면, 어른의 불안이 어린이가 경험할 권리를 빼앗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아이가 아픔과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평생 막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오히려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맞게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 실행하는 것을 도와주고 아이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을 때 건강하게 마음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 아닐까?

대학에서 강의했을 때 과 조교에게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요즘도 부모가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나 봐요?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나 몰라" 물론 내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제발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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