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슈룹 Nov 12. 2022

"치우고 가셔야 해요"

서로 존중하면 좋으련만...

온라인 강의 촬영 마지막 날, "드디어 끝난다!"라는 기쁨에 아침 뉴스를 보며 부지런히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내 시선을 끌었던 뉴스,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탈선'


한강을 건너야 하는 나에게 이 뉴스는 무척 중요했다. 다행히 촬영 시간은 늦춰져서 여유 있었는데, 촬영을 담당하는 차장이 지방에서 오는데 기차 탈선 때문에 시간을 맞춰서 오지 못했다. 결국 오전 촬영은 불발.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을 정돈하고 점심 먹을만한 곳을 찾아 나섰다. 혼자서 먹기 안성맞춤인 본죽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다른 식당에 비해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제법 빠진 상태였기에 나는 2인석에 앉을 수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주문을 마쳤는데, 퉁명스러운 직원의 태도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미 주문도 끝났으니 그냥 앉아서 기다렸. 얼마쯤 지나 퉁명스러운 직원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치우고 가셔야 해요"


아마도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그냥 나가려고 했던 모양이다. 얘기를 들은 손님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아, 그래요?" 말하고 그릇을 치웠다.


그랬다. 이곳은 그릇을 치우지 않으면 나갈 수 었다. 나도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치워야 지, 그냥 가야 지 몰라서 나갔다가 다시 불려 간 경험이 있다. 물론 모든 가게에서 그릇을 다 치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직원들이 다 불친절하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러나 이곳 직원은 불친절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20대 초, 그러니까 1990년대 초 아르바이트할 때가 생각났다. 가게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기본이고,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했나...' 싶을 정도로 존중받지 못할 때였다. 바뀐 세상만큼 인식도 많이 바뀐 건 맞다. 나도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상대방에게 대접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손님이 먼저 인사했으면 직원이 적어도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등 인사만 해도 좋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속담처럼 서로가 예를 갖춘다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놀이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본 적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