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슈룹 Nov 01. 2022

놀이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본 적 있나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구나 거쳐가 20대, 이 시기는 에너지 넘치고 신날 때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몰라서 혼자 끙끙 대기 일쑤였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이 직장 동료들과 월미도에 가서 놀이기구 타고 맛있는 거 먹는 것이 다였다. 무엇보다 나는 스릴을 즐겼고,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월미도는 회사에서 가까웠고, 놀이기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회사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주 이용했다.




사고가 있던 그날,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월미도로 향했다. 늘 그랬듯 디스코팡팡도 타고, 바이킹도 타고 간식도 먹고 재미있게 놀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타고 집에 가자는 말에 모두 이동했다. 한 명씩 앉아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였다. 각자 신나 들뜬 마음으로 탑승했다. 그런데 한참을 빙글빙글 돌던 놀이기구가 갑자기 멈췄다.


'맙소사!'


정신을 차려보니 놀이기구에 나는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다른 일행을 보니, 나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앉아 있는 상태에서 허공에 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밑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동료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기가 막혔다.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이런 사고를 내가 겪다니...' 그저 헛웃음이 났다. 조금 있다가 직원이 달려와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내려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금방 내려준다던 직원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꼭대기에 오래 매달려있다 보니 피가 거꾸로 쏠리면서 호흡도 힘들었고, 어지럽고 괴로웠다. '이렇게 있다가 놀이기구가 떨어지면 어쩌지? 이러다 죽는 거 아냐?'라는 두려움에 눈물이 났다.


그렇게 기다리길 20여 (밑에서 기다리던 동료가 말해줌) 후 나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주저앉은 나를 "별일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안아줬던 동료의 모습을 끝으로 기억이 멈췄다. 이후 나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던 걸 보면.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고 무뎌져서 아이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했지만 격한 것은 전혀 타지 않는다.




27년 전, 이 사고를 당한 나에게 사람들은 "무사해서 다행이야"라고 위로해줬다. 그 누구도 "거길 왜 가서 그런 꼴을 당하냐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사고는 놀이기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월미도 측에 있다고 본다. 그 시절에도 월미도 놀이기구 안전에 관한 이의 제기는 늘 있었다. 사고당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늘 남의 일이었는데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남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불의의 사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사고 속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있음을 안다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랄 뿐이다.


내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며,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끄러움에도 종류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