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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Jan 06. 2023

희끗희끗... 내 머리카락...

2023년 50살이 됐다. 

고민이 깊어진다.


내 머리카락은 비교적 굵고, 숱도 많고, 머리카락 상태가 좋다. 그런데 십여 년 전부터 새치가 올라와서 한 달에 1번 염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 반 또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주기가 좀 길었다. 그런데 점점 주기가 짧아지더니 지금은 염색한 지 보름만 돼도 눈에 띌 정도다. 특히 가르마가 시작되는 부분이 빨리 하얗게 변해서 스트레스를 몹시 받고 있다. 


처음에는 새치라고 우겼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흰머리다. 

'아직 젊은데, 벌써 이렇게 흰머리가 나고 난리야!!' 


빨리 물드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절망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인정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인정해야지. 오래 걸렸지만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서 '염색하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해 봤다. 그러나,

"아직 젊은데, 사회생활하는 데 흰머리 많으면 나이 들어 보여! 아이들하고 있는데 젊어 보이면 좋지!"


맞다! 아이들은 예쁘고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맞출 생각은 없지만, '기왕이면..' 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희끗희끗한 내 머리카락을 보이고 싶지 않다. 부모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린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어려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내가 약간 동안이라는 점은 보편적인 주변 이야기를 반영해서 씀). 우리 아이들도 내가 본인 부모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놀라는 모습을 여러 번 본 적 있다.


그럼 뭐 하나! 지금 나는 흰머리 때문에 고민인걸. 


평소에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 30대 시절보다 지금의 삶이 덜 퍽퍽하다. 안정적인 삶에 접어든 내가 좋았고, 하얀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중년의 어른을 동경하면서 '나도 저렇게 멋있게 하고 다니면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아직 아니란다. 그래서 계속 염색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염색 때문에 머리카락이 상했다는 헤어디자이너 이야기에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해? 말아?"

살면서 긴 헤어스타일을 해 본 적이 딱! 1번 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참을성 제로인 허접한 인간이 나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고민되는 걸까?' 희끗한 머리카락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체면을 너무 생각하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내가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뭣이 중한디!'

글을 쓰면서도 갈팡질팡하는 내가 미친 것 같다. 

고민하면 뭐 하나.. 

이미 미용실 예약 한 걸.


그냥 지금의 나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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