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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pr 03. 2023

나 아줌마 아닌데??

척박한 세상

지난 설날, 부모님 댁 근처에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룰루랄라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성당에서 같이 나온 어느 노부부와 동선이 겹쳤다. 아무래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았다. '그러려니...' 하고 갈 길을 가고 있었는데,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할머니가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같은 아파트 사는 아기 엄마인가 보네. 반가워요" 처음에는 이어폰 때문에 나한테 하는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니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앗! 난 결혼도 안 했고, 더군다나 아기 엄마는 더더군다나 아니고.. 여기서 아니라고 해? 말아? 귀찮으니 모른척하고 가?' 잠시 망설이다, "네,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내 대답을 듣고 반갑게 웃어주시며 "잘 가요, 또 봐요"라고 해맑게 웃는 할머니를 보며, '그래, 내 나이가 50인데 이런 말 들을 만도 하지'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그날 이후  TV에서 이런 뉴스를 봤다. 지하철에 탄 30대 여성의 휴대전화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이 '아줌마'라고 부르며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했는데, 자신을 '아줌마라고 불러서 기분이 나빠 흉기를 휘둘렀다는 내용이었다.



짧은 뉴스에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았지만, 놀라웠다. 그리고 뉴스 끝에 '흉기를 휘두른 여성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다'라는 내용이 나오는 순간...


'아! 또... 그렇구나...'


술에 관대한 문화, 시간이 지나지날수록 흉악하고 거칠고 분노가 폭발하는 세상, 인간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는 세상,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사라지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짧은 뉴스를 보며 생각이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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