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슈룹 May 18. 2024

거울에 비친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어릴 때부터 아이를 참 좋아했다. 이런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보육원을 차리겠다는 꿈을 키웠다. 물론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얘기가 됐지만, 희망만 품고 산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15년 가까이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재취업을 했다. 그 시작이 어린이집이었다. 아이를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희망을 안고 마주한 아이들 나이는 7살. 어찌나 활발하던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도통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멋대로인 아이들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역시,


좋아하는 것과 일은 달라


내 생각을 일반화할 수 없지만, 나는 그랬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예뻐했지만 막상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전공을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지식과 경험이 한없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 정말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불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불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계속 우울했다. 내 불행의 시작은 아이들이라 탓하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 있었다. 사건이 있던 날도 한계치에 다다랐었다. 말 안 듣는 아이를 보며 짜증과 원망 섞인 말투로 나무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거울 속에서 악마를 보았다. 미간은 잔뜩 찌그러지고,  몹쓸 표정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너무 놀라 뒤로 주춤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미안해. 가서 놀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놀던 아이를 향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미쳤구나!'


미안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감정을 추스르고, 놀이가 끝난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이야기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아서 너희들한테 실수를 많이 했어. 정말 너무너무 미안해. 내가 앞으로 더 조심할게."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아이들은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괜찮아요" 하고 말하고, 어떤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난,

'뭔지나 알고 괜찮다고 말하는 거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회상하니 내가 아이들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




어쩌면 아이들을 향한 사과는 나를 향한 다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 다시는 그러지 마!" 하고 말이다. 이 다짐은 아이들을 만나는 지금도 계속 되뇌고 있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말라고 나를 다잡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고 싶은 선생님이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