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아이를 참 좋아했다. 이런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보육원을 차리겠다는 꿈을 키웠다. 물론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얘기가 됐지만, 희망만 품고 산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15년 가까이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재취업을 했다. 그 시작이 어린이집이었다. 아이를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희망을 안고 마주한 아이들 나이는 7살. 어찌나 활발하던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도통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멋대로인 아이들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역시,
좋아하는 것과 일은 달라
내 생각을 일반화할 수 없지만, 나는 그랬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예뻐했지만 막상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전공을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지식과 경험이 한없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 정말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불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불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계속 우울했다. 내 불행의 시작은 아이들이라 탓하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 있었다. 사건이 있던 날도 한계치에 다다랐었다. 말 안 듣는 아이를 보며 짜증과 원망 섞인 말투로 나무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거울 속에서 악마를 보았다. 미간은 잔뜩 찌그러지고, 몹쓸표정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너무 놀라 뒤로 주춤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미안해. 가서 놀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놀던 아이를 향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미쳤구나!'
미안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감정을 추스르고, 놀이가 끝난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이야기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아서 너희들한테 실수를 많이 했어. 정말 너무너무 미안해. 내가 앞으로 더 조심할게."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아이들은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괜찮아요" 하고 말하고, 어떤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난,
'뭔지나 알고 괜찮다고 말하는 거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회상하니 내가 아이들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
어쩌면 아이들을 향한 사과는 나를 향한 다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너! 다시는 그러지 마!" 하고 말이다. 이 다짐은 아이들을 만나는 지금도 계속 되뇌고 있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말라고 나를 다잡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