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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May 14. 2024

딱 1년만...

쉬자

아침이다



2022년 1월 2일 눈뜨니 새벽 5시, 이제 갈 곳도 없는데 눈은 왜 이리도 빨리 떠지는지. 


퇴직하고 첫 평일을 맞이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앵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늘은 아이들과 별일 없이 보내야 할 텐데..' 긴장하며 보냈을 평일아침인데..


지금 난,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다. 침대에 몸의 반을 걸치고, 두 팔을 벌려 바닥에 뻗었다. 짧은 내 머리카락은 방바닥으로 잔뜩 쏟아졌다. 가뜩이나 숱도 많은데, 무겁기만 했다.


'이제 뭐 하지?'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았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쉬어도 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과 몹쓸 초조함에 떨고 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 사회와 뒤엉켜 살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난 아무 쓸모가 없어졌구나!'


불안이 엄습해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이때 난 결심했다. 

'그래! 끝까지 가라앉아보자. 어디까지 내려가나 보자. 난 다시 올라올 수 있으니까'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이러다 큰일이 날 것만 같았던 그때 카톡 알림이 계속 울렸다. 


"센터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언제 만나요?

보고 싶어요."


불과 이틀 전까지 함께 지냈던 아이들에게 새해 인사가 왔다. 아이들 이름이 줄줄이 떴지만 대답할 힘이 없었다. '저 단톡방에서 나와야 하는데.. 어쩌지.'


고개를 잠깐 들었다가 다시 침대에 걸터 누워서 생각했다.

"딱 1년만 놀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1년 후면 50살인데, 취직이 될까? 정년퇴직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괜찮을까? 잡다한 생각 때문에 도통 정리가 되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자자.

대통령이 나이를 깎아준다잖아.. 그러면 1살 줄고, 괜찮아. 문제없어'


말도 안 되는 위로를 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또 생각에 잠겼다.

'글쓰기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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