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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ug 01. 2022

치맥은 국룰! 그런데 저는요,

닭고기를 먹지 않아요.

중복도 지난 8월, 날씨가 무더운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치맥을 즐긴다. 야구장에서도, 한강에서도, 장소, 계절 상관없이 한국에서 치맥은 국룰이다. 그러나 나에게 치맥은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조합이다. 왜냐하면 난, 닭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오늘 치맥 어때?"

"좋죠! 그런데 슈룹이는 치킨을 못 먹잖아요?"

"아, 맞다! 슈룹이 치킨 못 먹지?"


모두 나를 살핀다. 치킨을 못 먹는다는 말이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제발,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다른 거 먹으면 되는 걸요"

이런 나의 간절함이 먹힐 때도 있고, 무산될 때도 있다. 나 때문에 분위기 망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어느 순간부터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1년에 3번, 닭을 피할 수 없는 날이 온다.


삼복.


이날은 부서 전체가 삼계탕을 먹으러 갈 확률이 높다. 또 구내식당이 있어도 삼계탕이 나온다. 이상하게 이런 날은 꼭 같이 움직여서 먹으러 간다. 그래서 난 거절할 구실을 며칠 전부터 찾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여직원들이 도와주기도 했고, 어찌어찌 상황을 잘 모면했다.






닭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고기를 잘 먹을 리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내가 고기가 먹고 싶어서 내 돈 주고 사 먹은 기억이 없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회상하면, 7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우는 모습을 본 것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 충격을 받고 모든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런 나를 걱정했던 엄마는 "그렇게 고기 안 먹으면 치매가 빨리 온다, 기운이 없다" 등 갖은 협박, 회유 속에서도 먹지 않았다.


학창 시절을 보내고 스무 살이 되던 해, 가족들의 성화를 못 이기고 결국 삼겹살을 먹었다. 과자처럼 구워서 먹었더니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그때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했는데, 자주 먹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즐기지 않지만 먹긴 먹는 햄버거, 달걀, 치즈 등등. 


자라면서 이런 나의 식습관은 크게 존중받지 못했다. 특히 90년대 사회는 개인의 식습관을 크게 존중하지 않았다. 부하직원의 의견은 필요 없고, 상사가 가자고 하면 그냥 가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억지로 먹이지 않는 분위기라 편하게 말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닭을 먹지 않는 것은 여전히 민폐다. 나 하나만 바뀌면 주변이 편해지기 때문에 먹어보려고 노력도 했다. 그렇지만 늘 실패였다. 여러 고기를 섞어서 줘도 잘 골라내니 엄마도 포기했다. 나의 경험이 아이들 지도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저 바란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지금보다 더 자신의 모습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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