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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공공 Mar 14. 2022

거인의 정원

누구라도 무조건적인 온기는 필요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이런저런 걱정에 대답도 못 할 때가 많아요.

아이의 표정이 어둡다. 아니, 어둡다기 보다는 표정이 없다. 다른 아이들이 반양말과 구두를 신고 색색의 옷을 입은 것에 반해 이 아이는 맨발로 검은 색의 옷을 입고 있다. 착장에서도 표정 없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굳게 만들었을까. 타고나기를 내향적인 아이인걸까. 하지만 누구도 내향적이기만 하다거나 외향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이 아이의 맨발을 보면 왠지 내면의 외향적이고 모험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속 깊은 곳에 자유로운 모험가를 품고서 굳어있는 이 아이는 다정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뭘 그렇게 고민하니?"


그 목소리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발길을 옮긴다. 맨발이 거뭇해지는 것은 아무 상관 없다. 엄마된 마음으로는 맨발과 맨다리로 풀숲을 가다가 다치면 어쩌나 싶기도 한데, 다행히 풀들은 발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거인이 산다는 파란 집을 만난다. 거대한 꽃들이 인사하고, 거대한 새와 풀벌레가 평화로이 노니는 정원에서 아이는 하늘색, 빨간색이 되었다가 초록으로도 물든다. 그러다가 비가 쏟아지지만 비의 연주가 가득한 숲도 멋지고, 비가 그친 정원은 비를 가득 담아 더욱 빛난다. 아이는 분홍으로 물든 채 꽃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바람도 기분이 좋고, 해가 사라져 하늘과 땅에 별빛이 가득해진 정원도 아름답다. 그렇지만 밤이 되어도 거인은 보이지 않았고 아이는 쓸쓸한 마음이 든다. 그 순간 다시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거인의 품에서 따스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아이는 잠이 든다. 어느새 밤이 물러가고, 아이는 나무에 올라 되돌아가는 길을 본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는 아이의 발걸음에 생기가 느껴진다. 세상도 아이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다.




내가 항상 나인 건 아니었다.

내가 되기 전까지, 난 내 안에 없었다.

다른 곳에 있었다.

다른 곳, 나를 제외한 모든 곳.  ('내 안에 내가 있다' 중에서)


'내 안에 내가 있다'의 이 구절이 머리에 맴돌던 요즘, 꽤나 자주 '내가 항상 나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아이가 나의 모습 같았다. 그래서인지 거침없이 발길을 옮겨 느끼고 반응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쾌감이 느껴졌다.

어른도 아이도 누구나 '거인'과 같은 존재가 필요한데,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존재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실존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신과 같은 존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안의 나와 이야기하며 많이 성장했던 20대의 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감히 누군가에게 거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성장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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