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사울 레이터. 전혀 몰랐던 이름이다.
사실 '피크닉'이라는 장소에 가보고 싶어서 본 전시였지만 울림이 꽤 컸다.
요즘은 어디에서든 울림을 잘 느끼는 시기라서 그런지, 그의 작품들에 둘러 쌓여 언제까지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차근차근 더 곱씹어보고 싶은 그런 느낌.
전시를 보며 처음에는 이거 뭔가 싶은 사진들도 있었다. 이런걸 찍네 싶기도 하다가, 이런것까지 찍어서 남기고 담아두려는 그 시선이 흥미로워졌다.
주변의 아주 짧은 순간과 지극히 일상적이고 어쩌면 하찮은 그런 장면까지 바라볼 줄 아는 그 시선에서 20대의 내가 생각나기도 했다.
생의 거의 모든 나날을 뉴욕에서만 보냈던 사울. 긴 시간 동안 한 도시의 모습을 담아내고 기록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말그대로 '스며들어' 사진으로 담았던 그는 얼마나 많이 걷고 바라보고 찍었을까. 카메라와 필름 몇 롤을 항상 들고 다녔겠지. 걷다가 문득 보이는 장면을 찍기도 하지만, 그냥이라면 보지 않을 각도에서 일부러 바라보기도 했겠지.
여러 작품이 마음과 머릿속에 남았지만, 'Begging'이라는 사진 한 장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제목은 왜 그러하며 어떤 자세로 찍은 걸까. 골목 어귀에 쭈그리고 앉아야 나올 수 있는 각도인 것 같은데, 이 한장을 찍기 위해 멈춰섰던걸까. 피사체를 배려하느라 몸을 숨겨 이렇게 찍은걸까. 검은 옷의 피사체가 구걸하는 중일 것 같긴 한데, 제목이 아니라면 전혀 알 수 없다.
여전히 궁금증은 풀리지 않지만, 그냥 재미있다. 이런 알 수 없는 장면들이 모여 어떤 온기를 뿜어내고 있어서인지 그냥 좋았다.
그리고 왜 이렇게 따뜻한가 했더니, 그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전시 마지막 즈음에 있던 인터뷰 영상에서, 그의 친구들이 담아준 모습에서, 그의 따뜻함과 사랑이 느껴졌다.
내가 아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갖는 것을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성공하는 것보다요
만약 누가 선택하라고 하면
성공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 있고
날 아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갑자기 흐리고 쌀쌀했던 3월 중순의 한 날.
사울의 사진은 그런 날과 어울렸고, 사진이 뿜어내는 온기는 마음에 오래오래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타박타박 걸어 군만두와 맥주 한잔을 했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