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연재한 요리기록 브런치북은 결혼생활 10년 만에 주방에서 요리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진 감격(?)에 겨워 채워갔다. 아직도 나는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풋내기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두 번째 요리 브런치북을 시작하면서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것을 느낀다. 요리하는 삶이 조금 더 일상에 녹아든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므로, 관망하는 자세를 약간 탑재했다고 해야 하려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절인연이 있듯이 우리의 시간 속에 시절요리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시어머니가 남편 어린 시절에 해주던 쿠킹호일 손잡이가 감겨있는 닭봉구이처럼, 엄마가 한솥씩 끓이던 닭개장이나 진하고 달달했던 단호박식혜처럼 말이다. 한 시절을 채우는 맛과 냄새와 이야기로서의 요리가 지금 마흔둘 나의 요리 중에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 매일의 부엌일이 조금 더 즐거워진다.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젊은 엄마의 레시피를 보는 것은 어떤 기분이려나.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손때 묻은 뭉클한 레시피북을 만드는건 힘들겠지만, 이렇게 웹상의 글로나마 조금씩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