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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공공 Feb 14. 2020

천천히 잘해도 돼

두 번 다시없을 너의 언어가 벌써 그리워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를 제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 소이의 발음은 ‘비-yhang-기’.
3세 소이만의 발음이 신선하고 귀여워서 참 좋았는데. 심지어 본인이 그전에 했던 발음은 기억도 못하는 걸 보니 너무 아쉬워서 괜스레 눈물이 핑.


2세의 소이는 자기 이름을 ‘이야’라고 불렀었다. 가족들이 ‘소이야~’하는게 그렇게 들렸나 보다.
자기 이름을 제대로 말한 건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때는 아쉽다기보다는 ‘다행이다, 신기하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앞으로도) 정말 움찔할 정도로 아쉽다.

그 아쉬움에 제대로의 시기를 어떻게 해서든 늦추려고 일부러 소이의 발음으로 말하고, 가족들에게도 나의 의도를 강요(?)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런 발음들은 금방금방 사라질 테니 그때마다 기록해놓아야지 다짐하지만, 텍스트로는 느낌 살리는 것이 어렵고, 동영상으로는 타이밍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이 순간들을 오롯이 담아둘 수가 없으니 아깝고 안타깝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곱고 예쁜게 아닐까 싶기도.
기쁨이 더 많았지만 힘듦도 많았던 날들이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고단했던 기억은 점점 옅어지니까.




아쉬운 대로 텍스트로라도 3세 소이의 단어들을 몇 가지 기록해두자.

* 함미(할머니)
* 할지, 하버러지(할아버지)
* 꼬꼬(고모)
* 유리(우리)
* 잘라깜(장난감)
* 오까락입자(옷갈아입자)
* 비-yhang-기(비행기)
* 요투(유토)
* 생끼손까락(새끼손가락)



“하늘이 복숭아네”라고 말하던 3세의 여름. 잊고싶지 않은 너의 어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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