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6학년 여자아이들의 눈에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란 ‘거칠고 냄새나고 철딱서니 없는 것’ 들일뿐이다.
같은 교실을 쓰는 3학년 후배들이라고 생각하면 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아이들은 2차 성징이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빨라 신경 쓸 일도 많고, 변화들도 많다. 일단 가슴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아프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잘못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평평하던 가슴이 점차 튀어나오는 것이 기쁘기는커녕 부담스럽다. 성가시다.
거기다가 이제 곧(아니면 이미) ‘생리’라는 것도 한다고 하니, 마음과 몸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행복 끝 불행 시작’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거기다 대고 남자아이들은 뛰고, 소리 지르고, 짓궂은 장난을 한다.
‘저것들 엄마들은 그래도 자기 자식이라 예쁠까’
저절로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과 따로 놀게 된다. 남자아이들도 자칫 했다간 여자아이들의 ‘공공의 적’이 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몸을 사린다. 물론 일부러 그 자리를 노리는 관종도 역시나 있다.
**이는 언제부터 그런 눈빛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이가 언제부터 여자아이들 주변을 맴돌았을까. 그것도 모르겠다. 5학년 때까지의 **이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처음부터 눈에 띄거나 특이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놀 때면, **이는 꼭 그 한쪽에 있었다. 웃는 얼굴로 지켜보거나, 때로는 게임에 질 것 같은데 모르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으면 못 참고 가서는, 여자아이의 양쪽 어깨를 잡고 ‘이쪽으로 가야지’ 하면서 끌었다. 그 아이가 질색을 하고, 다른 여자아이들도 저리 가라고, 왜 끼어드느냐고 소리를 질러도, **이는 웃으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저 ㅅㄲ는 저기서 맨날 뭐 하냐”
남자아이들의 놀림과 야유에도, **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언제나 여자아이들의 주변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여자 아이들이 오히려 더 징그러워하고, 질색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옆에 와 있고, 끼워주지도 않는데 눈으로 항상 좇고 있는 게 싫었던 것이다. **이는 몸집이 작거나, 여성스럽지도 않았다. 그저 잘 웃는 애였다. 여자아이들이 대놓고 싫어하니까, **이는 점점 멀리서 여자아이들이 노는 걸 봤다. 멀어지는 만큼,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하지만 주변에서 언제나 **이의 눈빛이 느껴졌다.
언젠가 TV에서 강아지를 보는데, 그 눈빛이 낯이 익었다. 주인을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 **이의 눈빛이었다. 짠하다고 느꼈던, 동시에 선하다고 느꼈던 그 눈빛 말이다.
**이가 바란 건 뭐였을까.... 애정이었을까, 우정이었을까. 아님, 그런 단순한 규정들을 넘어선 무언가? **에게 조금 더 호의적이어도 됐을 텐데...
**이를 항상 기억하고 궁금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정말 '마음에 걸린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눈빛이었다. 저만치 혼자 앉아있던.... 언제부턴간 여자아이들에게도, 남자아이들에게도 다가가지 않던 **이. 그때 '왜 혼자 있어?'라고 물어준 사람이 있었다면 좋겠는데... 이것 역시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하나는 안다. 그 눈빛 그대로라면 **이는 분명 선한 어른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