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나는 이곳에 없어
내러티브의 한 챕터가 종료되고 있다. 캐나다로 출국을 앞둔 지금 집을 정리하며 슬픔이 몰려온다. 나와 4년간 고락을 함께 하며 밤을 지새웠던 22인치 피봇모니터, 의자, 책상, 먼지쌓인 서류뭉치까지. 아, 이젠 야간 드라이브를 하며 한강과 올림픽대교, 서강대교를 가로지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는 곧 너의 곁을 떠나는구나. 마치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
챗GPT에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가 무언지 물어봤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댄 맥아담스 교수(Dr. Dan McAdams)의 ‘내러티브 정체성(narrative identity)’ 개념. 그에 의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하나의 내러티브, 이야기처럼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아침마다 가던 요가센터, 집에서 먹던 브런치와 커피, 작업하러 자주 가던 집앞 스타벅스, 자주 산책하던 공원. 그리고 내가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 커리어까지 하나의 이야기뭉치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윌리엄 브릿지스(William Bridges)가 전환모델에서 말했듯, 이런 내러티브의 파괴와 재탄생이라는 길목에서 반드시 마주하는 '전환'의 순간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의 모델에 따르면 우리는 끝맺음(Ending), 중립지대(Neutral Zone), 새 출발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회색지대라고도 할 수 있는 뉴트럴 존에서 많이 느끼는 감정이 허탈감, 무의미함, 방향 상실인 것이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그 현실이 좋았든 싫었든 일정 시간을 보낸 시공간, 사람에게는 애착(Attachment) 을 가지게 된다. 원하든 원치않든. 이골이 나도록 자신을 힘들게 했던 가족이나 전 연인에게도 그리움을 느끼는 이유는 이 애착 때문일 것이다. 그것과 함께 지냈던 시간은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를 잃어버리는 것과 똑같다. 그보다 더 큰 상실이 있을까!
하지만 기억하셔야 한다. 인생의 한 챕터를 끝내고 새 챕터를 연다는 것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란 사실을. 우리는 지나온 시간의 문을 닫고 새로운 창조의 문턱 앞에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자신의 심장이 이끈 것이며, 시작을 떠올리고 두근거리는 설렘이 느껴진다면 '잃는 것'이 아닌 '얻을 것'에 집중하셔야 한다.
실제로 자신의 삶이 의미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장, 교감, 주체성으로 정의되는 이야기 속에 살려고 한다. 반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기억이 부정적인 삶의 사건들과 얽혀 있다. 그 기억들과 애착을 형성하고 있다면 더 답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과거의 기억 속에서 성장과 교감, 주체성과 얽힌 사건들로 자신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며 새로운 경험을 환영해야할 때이다.
글과는 연관이 없지만, 그래도 최근 전자책 발간 소식을 알리며 첨부합니다. 제가, 지금 이 내러티브의 한 챕터를 종료하는 이 시점에서 쌓아왔던 것들을 추려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아, 저는 은은한 노란 조명과 음악, 맛있는 음식 그리고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직업은 목소리를 사용하는 성우, 강사, 배우, MC 등을 하였고 강사와 성우&배우 에이전시 사업도 한 적이 있어요.
이 모든 내러티브를 종료하고, 캐나다로의 워홀을 준비하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목소리는 에너지다, 라는 메시지가 키메시지인 이 책은 목소리 훈련이나, 내 콘텐츠에 음성을 실어 발행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필요한 분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