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진실을비추는창이아니라, 우리가스스로를박제하기위해선택한가장투명한감옥
거울은 차가운 심연이다.
그 앞에 서면, 나는 나를 만난다—
그러나 만난다는 건 곧,
영원히 잃어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리 위에 새겨진 이 얼굴,
분명 내 눈, 내 입술, 내 숨소리까지 닮았는데
왜 이렇게 낯설까.
오래 바라볼수록,
그 눈동자 속에 갇힌 누군가가
나를 응시하며 묻는다.
“너는 정말 나인가?”
그 물음은 칼날처럼 스며들어,
‘나’라는 단단한 껍질을
살짝, 아주 살짝 벗겨낸다.
에고는 바람 앞의 돛대일 뿐이다.
폭풍우를 견디려 애써 세운,
그러나 결국 바람에 찢기고 부서질
임시의 천 조각.
배는 그 돛 없이도 떠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세계 한복판에 내던져진 채로.
우리는 거울 속
그 완벽해 보이는 형상에 매달린다.
불완전한 나를,
잠시라도 온전하게 속여주길 바라면서.
그러나 진짜 아픔은
그 벽이 무너질 때 시작된다.
성벽이 산산이 부서지고,
그 틈으로 스며드는 빛—
그것은 더 이상 ‘나’의 빛이 아니다.
그저 존재가, 맨살로 떨리는 빛이다.
자아라는 우상을 내려놓는 순간,
심연이 나를 삼키려 한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나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 질문 끝에 남는 건
매끈한 이미지도, 안정된 답도 아니다.
오직 흔들리는 심장 하나,
그리고 다시 한 걸음,
세계 속으로 내딛는 발자국 소리뿐.
허구를 디딤돌 삼아 실제로 건너는 일.
비어 있는 중심을 끌어안고도
숨을 내쉬는 일.
그것이 우리의 가장 외로운,
가장 뜨거운 자유다.
Hen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