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유예, 존재의 귀환
시간의 화살 위에 앉아서
시간의 화살 끝에 올라타 눈을 감으면
숫자는 멀어지고 가슴의 완만한 박동만 남는다.
나는 그 리듬 위에 잠시 머물며
거대한 흐름 속 찍힌 한 점이 된다.
화살은 뒤를 모른다.
지나간 순간은 바람처럼 등을 스치고,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은 먼 인광처럼 흔들릴 뿐.
그 사이, 면도날처럼 얇은 지금이 있다.
붙잡으려는 순간 이미 사라지는 이 찰나 위에서
나는 매번 삶을 다시 써 내려간다.
현재는 비어 있지 않다.
과거는 켜켜이 쌓인 지층이고,
미래는 수면 위 잔물결이다.
나는 그 흔들림 위에 서 있다.
연약하지만 가라앉지 않으려는 의지로 균형을 붙든 채.
그래서 이 짧은 순간은 이상하리만큼 무겁다.
흐름은 나를 밀어낸다.
저항할수록 유속은 거세진다.
그래서 가끔 걸음을 늦춘다.
볕의 온도를 가늠하고,
스쳐 가는 생각 하나를 조용히 놓아준다.
그 짧은 유예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에게 돌아온다.
유한함은 늘 곁에 있다.
언젠가 이 화살에서 내려야 한다는 예감.
그러나 끝이 있기에 지금의 빛은 더 투명하다.
단 한 번의 인사, 단 한 번의 침묵,
단 한 번의 용기가 삶의 결을 바꾼다.
나는 시간의 주인이 아니다.
다만 이 길을 건너는 나그네일 뿐.
무심히 휩쓸릴 것인가,
고요히 귀 기울이며 나아갈 것인가.
그 미세한 선택들이 모여
나라는 궤적을 그린다.
다시 눈을 뜬다.
초침은 여전히 앞을 향한다.
나는 그 위에 앉아
또 하나의 사소한 오늘을 살아낸다.
이 순간 방향을 고르고,
그 선택들이 이어져
마침내 나라는 한 문장이 완성된다.
이 순간 어리섞은 물음을 다시 해본다
"달리는 화살 위에서 잠을 잘 수 있는가?"
Hen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