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질문을 통해 깊어지는가, 흔들리는가

질문 앞에 선 존재의 호흡

by Henri

질문 앞에 서면, 나는 숨부터 쉰다

질문이 툭 던져질 때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머리가 채 돌아가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가슴속 고집이 밀려 올라오고,

길게 내뱉으면

붙들던 확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질문은 논리적인 게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리듬이다.

그 떨림이 나를 흔들고,

아주 조금씩 방향을 틀게 한다.

왜 우리는 흔들리는 걸 그렇게 두려워할까.

중심이 없다는 고백처럼 느껴져서일 텐데,

가만히 들어보면

이 흔들림은 무너짐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듯,

흔들리지 않는 삶은 굳어버린다.

질문은 그 껍질에 금을 내고,

숨통을 트인다.

질문이 깊어지면 나는 자주 멈춘다.

답을 서두르지 않고,

그것이 몸을 어떻게 스치고 지나가는지 지켜본다.

심장이 느려지고, 어깨가 풀리며,

숨겨진 두려움이 올라온다.

이 떨림 속에서

나는 진짜 나를 만난다.

이름표와 직함을 벗은,

숨 쉬는 한 사람으로.

어떤 날 질문은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다.

발밑이 텅 빈 고독감.

그런데 그 공백 속에서

정신이 맑아진다.

쥐고 있던 걸 놓으니 손이 가볍고,

세상을 세밀하게 만질 수 있다.

질문은 비우지만,

세상을 넓혀준다.

이제 질문을 물 위 나뭇잎처럼 둔다.

흐르는 대로 지켜본다.

어떤 건 사라지고,

어떤 건 내 안으로 스며든다.

남는 건 정답이 아닌,

깊어진 침묵이다.

침묵 속에 있으면

내가 누구인지 또렷해진다.

체온과 맥박, 순간의 무게를 느낀다.

질문의 잔상이 지금을 선명하게 한다.

나는 단단함 대신

부드러운 흔들림을 배운다.

사람은 질문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숨 쉬는 법을 배운다.

가쁜 숨에서 깊은숨으로.

깊어진다는 건 안정을 찾는 게 아니라,

흔들리며 머무르는 용기다.

오늘도 질문 앞에 선다.

답을 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투명하게 마주하기 위해.

이 위태로운 균형 위에서,

천천히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이 순간 어리섞은 물음을 다시 해본다

"흔들리는 추 위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Henri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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