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할때 Tarot des Parques(운명의 여신들의 타로)라는 제목을 봤지만 이 타로가 그 진짜 타로카드일줄은 몰랐다.
아침식사땐 우리나라 극단 몇 분을 식탁에서 만난다.
식탁의 대화는 주로 전날 본 공연 이야기가 주를 이루곤 한다. 은경 씨는 내가 오전에 보러갈 바로 그 작품을 이미 전날 보았을뿐 아니라 극에 참여까지했다고 했다.
극 참여라니, 어떻게?
입장할때 모두에게 작은 쪽지를 나눠주는데, 이것을 뒤집었을때 '당신은 운명의 여신의 카드를 뽑도록 초대되었다'는 메시지가 써 있는 사람만이 다시 커다란 카드를 한장 뽑아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카드엔 암사슴, 곰,매미, 두더지 등 각종 동물이 그려져 있다.
막이 오르고 무대엔 클로소,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세 운명의 여신의 상징이 솟아오르고, 곧 이어 한쪽 화면에 하나의 카드가 뜨면, 거기 나타난 동물 모양 카드를 가진 사람이 무대로 나가 운명의 여신의 신탁에 응해야 한다. 그러한 규칙이다.
"나두 뽑으면 좋겠다!"
듣고 나서 말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내가 뽑은 카드는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그렇게 해서 총 일고여덟 명이 차례로 무대에 진출했고 그중 난 두번째였다.
앞으로 나가 마련된 좌석에 앉으면, 운명의 여신 역의 배우는 두 가지질문을 한다. 우선, 뽑은 이마지를 자신의 것으로 할지 다른 누군가에게 제공할지, 그리고 두번째 로는 간단히 Pourquoi? (Why)와 Comment? (How)사이에서 하나를 택하게 요구한다.
그러고나면 이에 대한 답을 우의적인 인형극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카드도 질문도 답도 모호한 가운데, 내담자가 된 사람은 묵이라도 쑬 기세로 몇 개의 도토리라도 주워가듯, 이 상황에서 뭐라도 의미를 잡아내려 애쓰게 되지만, 점괘는 뾰족한 듯 아닌듯. 이런 흐름을 다같이 웃고 즐기게 된다.
내 카드에 대한 답으로서 이루어진 인형극 퍼포먼스에 딱히 양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당나귀가 아픈척 늑대를 유인했고 늑대는 청진기를 끼고 당나귀에게 접근했다가 세게 걷어차여 나가떨어진다. 나가떨어진 늑대에게수많은 알약들이 쏟아져서. 늑대는 알약으로 연명해간다.
이날 어침따라, 내가 평소에 떨어넣는 기본약의 가짓수에 스스로 경악했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알약으로 진정시켜 겨우 살아가는 한 마리 늑대였나?
여행하면 일정이 피로해서 잠이 잘 올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만일 나를 부검하면 모든 세포에 자연의 기라고는 별 깃들지 않고, 내 몸은 갖은 알약가루들의 촘촘한 결합으로 재축조되어 있을거 같다. 운명의 여신들은 나의 무수한 알약 사용을 권장한 것인가 경고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