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나뭇잎도 키득댄다 그리오

- 파리의 詩가 흘러나오는 의자

by 래연










파리라는 도시는 이쪽 대륙에선 가장 만만하게 드나들게 되는 곳이지만 내게는 오히려 매력이나 개성을 상대적으로 늦게 발견하게 되는 곳이다. 좀 폄하하면 어중간하고 좋게 말하면 중도적인 무엇에 맞춰져 있는 공기라고나 할까? 여기가 어떤 공기 건간에 무조건 좋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미세먼지라곤 통 느껴지지 않으면서, 5월쯤 오면 무슨 가로수 덕인지 공기 중에 향기가 감도는 것이, 가끔은 왜 서울은 파리가 아닌 거야 하며 징징대고 싶었다.


뒤늦게서야 파리가 이랬었나, 프랑스 사람들이란 참, 이런 말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그게 말하자면 가로수 나뭇잎들마저 패셔너블하게, 세련된 색감으로 차려입으며 물들다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떨어져 내릴듯한 바로 그 느낌인 것이다.











Palais Royale의 정원 가로수들의 자태에 감탄하게 된 것은, 내가 의자에 앉을 최소한의 여유를 갖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의자에 앉았으니 넋을 놓고 앞을 보았으며 그러다 사선이 향한 곳에 마침 나무들이 서 있다가 "안녕? 우리들 어때?" 하며 옷자락을 펄럭여 보였다. 그것도 과하지 않게 오호호호 웃듯 산들산들. 마침 해가 져가는 마당에 그 너울들은 노랑연두 초록과 연갈색으로 얼룩얼룩 근사해 보였다.



그런데 이 의자가 여느 것이었다면, 다리가 여간 아프지 않고서야 앉지 않았을 텐데, 그게 처음엔, 이게 편히 앉아도 되는 의자 맞나, 일종의 조형물인데 그래도 의자이기는 하겠지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거기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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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조형물이 아니라, 시를 들려주는 의자였던 것이다.











그것은 시가 적힌, 정확히는 시구절들의 알파벳이 숭숭 뚫린 것으로서, 더군다나 태양열을 이용하여, 설치된 기구에 이어폰을 꽂으면 시낭송이 흘러나오는, 처음 접하는 형태의 의자였다. 우리 동네 정치인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 우리도 시 의자 만들어요라고.



그런데 이어폰을 꽂자 흘러나오는 시들은, 보통의 성우들이 읽어주는 명시 낭송의 느낌은 아녔다. 앞에 설명하는 목소리에 따르면 자작시들의 본인 낭송들 같았다.


그 내용 중 임팩트가 뚜렷한 시가 있었다. 아주 간단히 번역이랄 것도 없이 옮겨보면, 1층 2층 3층 4층 헉 5층 헉헉 6츠응 끄응 흐헙흐헙.... 이런 느낌인데, 우리말로 옮기니까 단조롭고 짤막하게 1,2,3층이지 불어로 하면 '프흐 미에르 에타주' 이런 식으로 발음되어, 좀 더 단어 하나하나가 길어지게 되므로 읊는 맛 듣는 맛이 나기는 하고.


여하튼 귀 기울이여 듣기까지 하지 아니하여도 그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이를테면 이상의 '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그렇게 13번째 아이까지 줄곧 무섭다고 하는 오감도의 시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음, 확언하긴 힘들지만 그랬다.

주변의 나뭇잎들은 바람도 없는데 소리를 더욱더 조근 거리며 ㅋㅋㅋ, 애네들 알파벳으론 가벼운 격음의 kkk로 키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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