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하는 글쓰기

by 래연





예전에 어떤 기분과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썼었는지는, 지금은 그때가 아니므로, 까먹었다.

인간은 자신의 가까운 과거에조차 막연한 잔영을 간직할 뿐, 그때의 사실과 심정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지금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전에 일상 글쓰기의 목적과 모드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 그것은 내겐 실패의 흔적이 되었다.


그 척도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가독성에 둔다. 내가 지금 와서 그때의 글들을 무릎을 쳐가며 즐겁게 읽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를 지겨움을 느끼는지.



다 싫은 것은 아니고, 여전히 애틋이 여겨지는 글들과, 구태여 이런 걸 왜 썼을까 싶은 것들이 혼재한다.

요새 별로인 글들을 숙청해가고 있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질 글 위주로 남기고 출력하고, 가공도 한다. 산문을 시 구절들로 바꿔보기 놀이 같은 것이다.



요즘은,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질 글들만 쓰고 싶다.

이미 책으로 나온 글들에 대해선 만족도가 있는 편이다. 흐름도 좋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나중에 읽어서 와 닿지 않는 글들을 쌓아두고 있는 나를 볼 때, 엄마가 은근히 떠오른다. 보자기로 한 데 묶여서 집에 몇십 년째 박혀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색색깔의 자투리 실들. 그 실들로 엄마가 옷을 뜨는 것을 더는 보지 못했다.

글 역시도 버리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게 싫다.



다시 읽고 싶지 않아지는 글의 특징은, 주로 기분이나 감정을 소비한 것들이다. 지금 이 글이 속할 게시판이, '기분에 충실한 글'이지만. 기분을 배반하지 않으며 쓰는 거랑 정서를 소비하는 거랑은 같지가 않다.



소비가 아니라 창조적이 될 때 기쁨을 느낀다.

엑기스를 남기고 생성하는 글쓰기 쪽으로 점점 더 마음이 모아진다.

나 자신의 노년에 한 방울 두 방울 마실 보약처럼.

잠정적 미래의 독서를 위해 집필을 한다.

그런데 그때에 이르러도 여전히 독서보다는 쓰고 싶은 욕망이 그득하다면 어떻게 되나, 그럴지도 모르겠다.